방사능과 死鬪벌이는 도쿄전력직원, 버림받았나?

머니투데이 홍찬선 기자 2011.03.1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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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수도 없고, 엄청난 방사능에 노출되고...삶의 약속도 없다

4개의 원자로가 중대한 문제에 직면해 통제불능 상태에 빠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대량의 방사능이 방출되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수백 명의 도쿄전력 직원들은 며칠째 교대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원전 부근은 이미 사람 몸에 해로울 정도의 많은 방사능에 노출돼 있는 상태. 이들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방사능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 자위대가 헬기를 동원해 공중에서 냉각수를 투하하고, 경시청과 소방청에서는 고압살수차를 동원해 지상에서 물을 뿌리면서 원자로 온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중에 원전 안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가혹한 상황에서 사투를 계속하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이 통제곤란에 빠진 15일, 도쿄전력은 현장에서의 작업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사원은 원전시설 밖으로 대피시켰다. 하지만 수백 명의 직원은 아직도 현장에서 교대로 원자로 온도를 낮추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지진이 발생한 직후부터 원전에서 작업하고 있는 도쿄전력의 한 직원은 “당분간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내가 현장을 떠나는 것도 생각할 수 없다”고 가족에게 (전화로) 말했다고 한다.



가족에 따르면 이 직원 대지진발생 때 원전 안에 있었다. 심한 흔들림이 닥친 직후 높은 쓰나미가 밀어닥쳐 시설 안의 연료와 기자재가 유실됐다. 그는 “자연은 무섭다. 지진과 쓰나미가 겹쳐 닥쳤다”고 넋 나간 것처럼 되풀이했다.

펌프 설비와 최후의 방호벽인 긴급노심냉각시스템(ECCS)을 자동시키지 않으면 큰일난다고 판단한 직원들은 사원들의 자가용 자동차에 있는 배터리와 건물 옥상에 있는 소형발전기 등을 모두 모았다. 그렇지만 시스템은 회복되지 않았다. “외부에서 전력이 끊인 것이 가장 아쉽다”고 이들은 말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수백 명의 사원과 작업원이 교대로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진이 엄습할 때마다 힘들여 수리해 놓은 것마저 무참하게 부서졌다. 여진으로 잠도 못자고 비축해놓았던 쿠키와 레토르트로 때운 다섯 번째의 아침은 목을 넘어가지 않았다. 정신적으로도 지쳐 있는 상태다. 방사선을 얼마나 많이 쐬었는지, 이대로 폭발하고 마는 것인가, 수많은 사람들이 방사선에 노출되는 사태를 초래하는 것인가...


도쿄전력 기자회견에서는 별로 효과도 없는 우문우답이 되풀이됐다. 그것을 안 사원은 “원전 안의 일을 바깥 사람은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회사에는 이제 진절머리가 났다”고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피난하고 있는 주민이 되돌아 올 수 있을 때까지 여기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고 한다.

원전에서 방사능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사원들에게 현장의 참상을 들은 가족들은 대경실색하고 있다.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의 기술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하던 사원의 말을 가족들은 믿어왔다. 사고가 나면 방사능에 노출되는 피폭 대책도 세워져 있을 것으로 여겨왔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가족 한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정부와 도쿄전력은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을 죽게 내버려 둘 셈인가. 지금까지 믿어왔는데 정말 화가 나서 못참겠다”고.

제1원전 근처의 사택에 살고 있는 도쿄전력 사원의 처(妻)는 작업하고 있는 남편의 안부를 걱정하고 있다. “(대지진이 발생한) 11일 오후 심한 흔들림이 엄습했다. 장식장이 쓰러지고 엉망진창이 된 방에서, 남편이 일하고 있는 원전에 몇 번이나 전화를 했다. 밤 늦게야 겨우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무사하다“는 말을 듣고 살아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뒤로 연락은 두절됐다.”

4일 후 피난한 처에게 짧은 휴대전화 메일이 도착했다. “식수가 부족하다. 몸도 나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중대한 일을 할 수 있을까. 남편의 가족은 이렇게 걱정한다. “도쿄전력 사원은 가장 큰 책임이 있기 때문에 어떤 말도 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가족으로서는 금방이라도 무엇이라도 하고 싶다”며 눈물을 떨어뜨렸다.

그 남편은 아직도 원전에 있다. 자위대가 물을 뿌리는 작업을 시작했지만 가족은 가슴이 떨려 TV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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