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자 위의 차 받침대가 넘어져 깨지고, 찻잔이 나뒹굴었다. 탁자 밑에 숨었다. 옆에 있는 일본인은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소파에 비스듬히 누운 상태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도쿄에서 겪은 상황이 이정도인데 진앙지인 동북지방에서 전해지고 있는 대재앙이 더욱 실감나고 안타깝다.
지진에 이은 원전 폭발사고로 각국의 원자력 사업은 많은 영향을 받을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사고가 원자로 폭발까지 가지 않는다면 지구 온난화로 인한 그린에너지 수요에 맞춰 지진 안전지역을 중심으로 원전의 필요성이 다시 인식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연료인 우라늄 235가 들어있는 원자로(Reactor Vessel)이다. 이 원자로 안에서 핵 분열 반응이 일어나고 다량의 열이 발생하는데 이 열이 과열되지 않고 발전 목적으로 사용하는 수준으로 냉각시키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물(경수, light water)을 펌프로 원자로 안으로 공급한다. 이 펌프를 원자로 냉각재 펌프(Reactor Coolant Pump)라 부르는데 사람으로 치면 심장에 해당한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가장 심각한 사고의 경우는 어떤 이유로든 이 냉각재 펌프를 돌릴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펌프가 정지하는 상황이다. 불행하게도 후쿠시마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런 사고가 발생되면 원자로 안에서 핵반응의 결과 발생되는 열을 식힐 냉각수가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섭씨350도쯤 되던 내부(노심, Core)온도는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설계상으로는 노심이 녹는 경우에도 발전소는 외부로 방사능을 유출시키지 않도록 매우 두꺼운 콘크리트 구조의 둥근 건물(containment building)로 쌓여있다. 후쿠시마의 경우는 건물이 붕괴돼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치닫고 있다.
우리나라에 건설된 한국 표준형 원자력 발전소의 돔은 보잉 747이 추락을 해도 견딜만큼 견고한 구조이다.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이와 같이 견고한 구조물이 없었기 때문에 발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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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건설된 원자력 발전소는 격납 건물 안에 대형 물탱크가 여러개가 세워져 있고 그 안에는 중성자 흡수 기능을 갖춘 보론(Boron)이란 화학물질을 녹인 물을 가득 채워 놓고 있다.
일단 노심의 온도가 비정상으로 올라가면 그 탱크의 밸브를 열어서 일시에 원자로 안으로 냉각수를 넣어서 노심의 온도 상승을 막게 하는 구조이다. 그 밖에도 지하에 저장된 대규모 물탱크로부터 냉각수를 신속하게 원자로로 품어 올리는 안전 주입 계통시스템(Safety Injection System)이 갖추어져 있다.
또한 요즘 건설되는 원자력 발전소 중에는 격납 건물의 천장 부분을 초대형 수조로 만들어서 그 안에 보론(Boron)을 녹인 물을 항상 채워놓고, 사고가 나면 천장에서 다량의 냉각수가 즉시 공급되어 어떤 경우라도 노심이 용해되는 사고를 막는 설계도 있다.
앞으로 후쿠시마 원자로형인 비등형 (BWR)보다는 우리나라가 보유 중이며 건설예정인 가압 경수로형 (PWR) 원자로형의 원전 건설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고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및 석유 의존도 완화를 위한 대체 에너지로서 원전은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조용수 신텍 (57원 ▼7 -10.9%)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