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TK케미칼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더벨 김동희 기자 2011.02.1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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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2월09일(08:06)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난 1월말 성공한 TK케미칼(옛 동국무역) 인수대금 리파이낸싱을 놓고 금융시장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금융주선 계약을 공식 체결한 신한은행을 배제한 채 우리은행이 갑자기 1200억원을 단독 지원해 인수금융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지난 1월 초 SM그룹과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위임 계약을 체결했다. SM그룹 우오현 회장이 직접 은행을 방문, 계약서에 서명했다. 우리은행보다 먼저였다.

신한은행은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과 추가 대출 지원을 위해 신디케이트론을 제안했다. 진행은 순탄했다. 만기인 1월28일 전날까지 자금 집행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1월 하순에 접어들자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었다. 금융시장에서는 우리은행이 TK케미칼 인수금융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급기야 차주인 TK케미칼홀딩스를 비롯한 SM그룹이 신한은행에 리파이낸싱 진행 중단을 요청했다.

이후 우리은행이 대출을 일사천리로 진행하며 리파이낸싱을 단독 처리했다. 규모는 1200억원.

신한은행을 비롯해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하려 했던 금융회사들은 납득하기 힘들었다.


TK케미칼홀딩스가 공식적인 계약파기 없이 다른 은행과 딜을 추진한 것도 그렇지만 동종업계에 있는 우리은행의 태도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

특정 금융회사가 딜의 위임계약을 맺으면 다른 금융회사는 아무리 경쟁관계에 있다고 해도 존중해 주는 게 일반적이다. 보통 A가 주관사로 선정되면 경쟁사인 B는 공동주관을 제안하거나 딜에서 빠진다.

우리은행도 공동주관을 제안하거나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하면 됐지만 오히려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등 이미 위임계약이 끝낸 딜에 뛰어들어 과열 경쟁을 부추긴 것이다.

더욱이 우리은행이 리파이낸싱을 주관하게 되는 과정도 석연치 않았다.

당초 SM그룹은 우리은행을 이번 리파이낸싱에서 제외할 생각이었다. 지난 2008년 인수금융 주선이후 여신이 많은 TK케미칼의 금융거래를 제약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특히 업황이 좋지 않을 때 지원을 받지 못해 갈등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우리은행 본부장 출신인 TK케미칼 소홍석 사장의 입김이 딜 막판 강하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TK케미칼홀딩스가 반드시 신한은행과 딜을 진행했어야 됐다는 것은 아니다. 이번 리파이낸싱의 경우, 우리은행의 금리나 만기 등의 조건이 신한은행보다 좋았다. 기업입장에서 더 좋은 조건의 금융회사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계약도 정당한 대가를 치르거나 합의를 이룰 수 있다면 언제든 파기할 수 있다.

다만 이번 딜이 아직도 떳떳한 페어플레이보다 뒷거래가 빈번한 우리 금융시장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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