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회장, 선전포고 사흘뒤 '장사정포' 발사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2011.02.1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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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형 랩 수수료 비싸다" 발언 이틀뒤 1%대로 인하..'명분+실리' 사냥

지난 7일 자문형랩 수수료 인하를 주도하겠다며 선전포고를 했던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10일 증권업계에 장사정포를 발사했다.

미래에셋증권이 내주부터 기존 3%였던 자문형랩 수수료를 1.90%로 대폭 인하키로 한 것. 예상 밖의 파격적이고, 전격적인 조치에 당황한 증권사들은 손익계산 등 파장 분석에 분주한 모습이다.

◆명분과 실리 두마리 토끼 사냥
박현주 회장이 1%대의 파격적인 자문형랩 수수료를 들고 나온 것은 '고객 혜택'이라는 대의명분과 함께 '펀드시장 침체로 위축된 자산관리영업 경쟁력 강화'라는 실리를 동시에 챙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자문형랩 수수료가 펀드에 비해 비싼 것은 사실이다. 현재 증권업계 자문형랩의 평균 수수료는 2.6~3.0% 정도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에 총 보수가 1.64%인 것과 비교하면 최고 1.8배가량 비싼 셈이다.

펀드에서 증권사(판매사)가 떼 가는 몫만 감안하면 차이는 더 커진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판매보수는 0.976%로 자문형랩의 증권사 판매보수가 2배 이상 높은게 현실이다.



박 회장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해 자문형 랩 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그는 "금리 수준이 4%이고 증권사가 어떤 종목을 선택했는지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상황에서 현재 3% 안팎인 자문형 랩 상품 수수료는 지나치게 높은 편"이라며 수수료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90% 상징적이지만 파괴적"
박 회장이 수수료 인하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1%대라는 파격적인 수수료를 제시한데에는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펀드시장에 대한 고민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이후 펀드 환매행진이 계속되면서 미래에셋의 시장입지는 많이 좁아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 설정액은 최근 3년간 13조 가량 감소했고 이중 12조원 정도가 인사이트펀드 등 간판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문형랩의 급부상은 자산관리 명가 미래에셋에게 큰 위기일 수밖에 없다. 실제 증시가 2000선을 회복한 최근에도 미래에셋펀드의 회복세는 더디다.

업계관계자는 "자문형랩이 펀드의 대안상품으로 인식되면서 자금이탈을 부추기는 면도 없지 않다"며 "펀드를 기반으로 성장한 미래에셋 입장에서는 자문형랩을 키우든지지 자르든지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90%는 상징적며 파괴적"이라며 "브로커리지 등 수수료 영업에서 박리다매 전략으로 성공한 미래에셋이 이번에도 같은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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