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박현주-삼성 박준현, 랩 수수료 '정면대결'

머니투데이 여한구.황국상 기자 2011.02.0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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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박현주 회장 포문에 박준현 사장 응수

↑ 왼쪽부터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 ↑ 왼쪽부터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


자문형랩 상품의 운용수수료를 놓고 미래에셋증권 (20,500원 ▼150 -0.7%)삼성증권 (39,400원 ▲1,550 +4.10%)이 정면 충돌했다.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전면에 나섰다.

포문은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먼저 열었다. 박현주 회장은 지난 7일 금융투자협회가 주최한 금융투자인상 시상식에서 "자문형랩의 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꼬집으며 "미래에셋이 수수료 인하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중금리가 4%라는 점을 고려할 때 증권사들이 3% 안팎의 수수료를 받는 게 적정한지, 그만큼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도 말했다.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8일 여의도 63빌딩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수수료율과 관련한 질문에 "수수료 인하문제는 시장에서 결정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다분히 전날 박현주 회장의 발언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박준현 사장은 "삼성증권은 수수료 경쟁보다 고객가치를 강화하고 만족도를 높이는 데 치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박현주 회장과 박준현 사장의 '기싸움'은 펀드시장과 랩 시장을 대표하는 두 업체의 자존심 경쟁으로 풀이된다.

랩 시장의 성장의 뒤편에는 대규모 펀드 환매가 있다는 점에서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사실 불편한 관계다. 랩 시장에서도 두 회사는 1.2위를 다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운용하는 자문형 랩 상품의 위탁자금은 4조130억원에 달한다. 운용자금 규모는 삼성증권이 가장 많고 미래에셋증권이 2위다. 한국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대우증권, 푸르덴셜투자증권, 현대증권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말 기준으로 자문형 랩 상품 운용자금 규모는 2조5000억원을 웃돌았다"며 "이달 초를 기준으로 하면 3조6000억원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현주 회장의 수수료율 발언이 삼성증권을 겨냥한 것처럼 비쳐졌고, 박준현 사장이 하루 시차를 두고 이를 정면으로 공박한 모양새가 됐다.

박준현 사장은 "지난 2년간 펀드환매 규모는 20조원이지만 자문형 랩 시장에 유입된 자금은 6조원이다"라며 "자문형 랩 시장은 펀드 시장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도 곁들였다.

증권업계는 업계를 대표하는 두 CEO가 직접 나서 전면전을 벌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두 회사의 사활을 건 자존심 충돌은 곳곳에서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자산관리와 퇴직연금 시장에서 서로 최고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격돌이 불가피하다"며 "이번 신경전은 그런 연장선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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