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병원, 허가취소 무릅쓴 투자 강행할까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1.02.0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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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다툼으로 병원허가 취소 위험…얻는건 식물2대주주

을지병원이 연합뉴스TV 출자와 관련 실익 없는 '위험'을 모두 짊어질까.

시민단체와 보건의료단체, 법조계 등의 다수가 을지병원의 방송 출자는 위법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경실련은 을지병원에 면죄부를 준 보건복지부에 대해 특별 감사를 청구했다.

경실련은 을지병원의 방송출자가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용인하고 의료법 취지를 훼손한 복지부를 상대로 감사를 청구, 그동안 문제제기에 그쳤던 것을 행동에 옮겼다. 이는 앞으로 을지병원의 방송 출자를 놓고 벌어질 예측하기 힘든 각종 소송전의 시발점인 셈이다.



의료계에선 을지학원과 을지병원을 보유한 을지재단이 병원 허가 취소라는 중대한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연합뉴스TV에 출자를 강행할 지 지켜보고 있다. 무엇보다 2대 주주로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미미한 반면, 향후 의료법 위반과 관련한 지속적인 법적 논쟁의 중심에 서서 '의료법인 설립 취소'라는 리스크를 계속 안고 가야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특별감사를 실시해 '복지부가 의료법이 정한 취지와 원칙을 훼손하고 위법을 용인하는 등 책임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결론을 내릴 경우 을지병원은 법인설립 취소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



경실련의 특별감사 청구뿐만 아니라 을지병원의 보도채널 출자를 둘러싼 법적대응은 앞으로도 다양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을지병원은 '의료법인 허가 취소'라는 제2, 제3의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경실련은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감사청구 취지에 맞지 않게 나올 경우 행정소송도 진행할 계획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도 을지병원 방송투자와 관련해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보도채널을 신청했던 당사자들이 행정소송에 참여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신환복 법무법인 가온 변호사는 "법조계의 전반적인 의견이 을지병원의 보도채널 투자는 위법이라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며 "복지부의 유권해석만으로 의료법인의 보도채널 투자의 적법성을 주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정부처가 정치적인 판단을 한 것과 달리 법원은 중립적인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을지병원의 보도채널 투자에 대한 복지부의 법리해석의 논리가 약한 만큼 을지병원의 의료법인 허가가 취소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호균 히포크라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복지부가 유권해석을 내릴 때 인용한 법조항 중 일부는 '을지병원 방송출자 허용'이라는 결론을 가지고 법적 근거를 찾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복지부가 엉뚱한 법조항을 끌어다 유권해석을 내린 만큼 법원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을지병원의 영리법인 출자를 허용하게 되면 다른 병원들도 영리법인 출자를 진행하려 할 것"이라며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병원의 영리법인 출자와 관련한 법적 갈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을지병원의 보도채널 투자를 '단순 투자'로 규정해주었다. 이 바람에 을지병원을 포함한 을지재단이 연합뉴스TV의 2대주주이면서도 단순 주주 이상의 이익을 얻기 힘든 '식물 2대주주'가 돼 투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극히 제한됐다. 을지병원과 을지학원이 연합뉴스TV의 2대주주의 권한을 행사하게 될 경우 방송사업의 주체가 됐다는 것을 뜻하고 이는 곧 의료법 제49조를 어긴 것이 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 및 보도채널에 참여하는 주요 주주들에게 주주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는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병원 인가취소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실익은 없는 '들러리 대주주'로 공개 참여해 각종 감시를 받게되는 셈이다.

을지병원이 인가취소 위험에 노출되는데 비해 1대주주인 연합뉴스가 잃을 것은 별로 없다. 일단 출자가 이뤄지고 나면 을지병원 등 을지재단이 병원 설립허가가 취소되는 마당에 2대주주 자리마저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복지부와 방통위는 새로운 담당자들이 새로운 상황에 따라 안건을 처리하면 그만일 것이다. 을지병원만 모든 위험을 짊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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