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물가 오름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공급에 애로를 겪는 돼지고기·쇠고기값은 한달 전과 비교할 때 무려 70% 치솟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겹살은 품귀현상까지 보이고 천정부지의 백화점 정육선물세트도 여전히 인기 속에 팔린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설 대목을 겨냥한 상인들의 출하시기 조절, 나아가 매점매석은 없었으면 한다. 문득 연암 박지원이 쓴 '허생전'의 한 대목이 생각난다.
흔히 `허생전돴을 매점매석을 통한 치부의 예를 소개한 것으로 보지만 연암은 독점가격구조를 설명하면서 그 폐해를 당시 지도층 양반에게 경고하려 했던 것이다. 조선 후기 세도정치로 국정을 농단하던 양반세력과 결탁한 상인들은 주로 쌀과 소금을 매점매석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쌀이나 소금 같은 생필품은 그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비탄력적이어서 독점, 매점매석에 의한 피해가 매우 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백성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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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양반들이 읽으라고 한문으로 쓴 '허생전'에서 연암은 굳이 치부 수단으로 매점매석을 선택하겠다면 일반백성이 고통을 받는 생필품이 아닌 당시 그 소비가 양반에게 집중돼 있던 과일이나 말총과 같은 품목을 선택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쉽게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연암이 양반 소셜네트워크에 "장난을 치려면 소위 노블레스 너희들끼리 쳐라, 이 세금과 병역도 부담 않는 족속들아"라는 글을 올렸다고 할까. 참으로 '허생전'은 요즘 경쟁법(競爭法) 교과서로 사용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명저가 아닐 수 없다.
축산물 공급 부족 상황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는 25%인 수입 돼지고기의 관세를 6월까지 한시적으로 철폐하겠다고 하고 상인들의 매점매석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단속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생각이 다시 '통큰 치킨'으로 옮겨간다. 한 대형마트가 치킨 1마리를 단돈 5000원에 팔아 서민 소비자들의 폭발적 반응을 불러왔으나 생존에 위협을 느낀 치킨 자영업자들의 반발에 부딪쳐 1주일 만에 끝나버린 사건 말이다.
대형마트들이 설 명절 직후까지 한시적으로 '통큰 삼겹살'을 팔면 어떨까? 미끼상품이 아닌 명절 때 이웃끼리 서로 음식을 나누던 우리의 미풍양속 차원에서 말이다. 지금이야말로 대형마트들이 '통큰' 명성을 얻을 때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