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창의적인 아이로 키우는 칭찬의 기술

머니투데이 이서경 한서중앙병원장(소아정신과 전문의) 2011.01.2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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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경의 행복한 아이 프로젝트]

[건강칼럼]창의적인 아이로 키우는 칭찬의 기술


유치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모두가 맞추도록 쉬운 퍼즐 과제를 내준 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잘 했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A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퍼즐을 참 잘 맞추었구나. 네가 자랑스럽다"라고 칭찬해주었고, B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방법이 참 새롭구나. 노력을 많이 했구나"라고 칭찬해 주었다.

그 다음에는 일부러 어려운 퍼즐 과제를 내주고 못 맞추게 했다.



아이들에게 처음 했던 쉬운 과제와 다음에 했던 어려운 과제 중에 어떤 것을 계속할지 선택하라고 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A 그룹의 아이들은 쉬운 과제를 선택했고, B 그룹의 아이들은 어려운 과제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아이들에게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지, 맞췄을 때 기분은 어떠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평가하도록 하자 A그룹의 아이들보다 B그룹의 아이들이 2배 이상 자신이 똑똑하다고 느끼며 맞췄을 때 기분이 좋았다고 답했다.



A그룹의 아이들은 칭찬을 받은 이유가 ‘성공한 결과’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성공했기 때문에 예쁨을 받았으므로, 만일 성공하지 못하면 예쁨을 받지 못할 것이다”라고 여겼다.
그래서 A 그룹의 아이들은 어려운 퍼즐을 못 풀었을 때 실망감을 더 크게 느끼고, 계속 칭찬 받을 수 있는 쉬운 퍼즐만 하려고 했다.

반대로 B 그룹의 아이들은 칭찬을 받은 이유가 ‘창의적인 생각과 노력’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퍼즐의 성공 유무와는 상관없이 내가 많이 노력하고 새롭게 생각하면 예쁨을 받는다”라고 여겼다. 그래서 B 그룹의 아이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어려운 퍼즐을 다시 시도해 보고자 하는 의욕을 보이게 됐다.

A그룹의 아이들이 받은 칭찬은 이미 가지고 태어난 능력이나 특성 자체에 초점을 맞춘 칭찬으로 ‘개인 칭찬 또는 특성 칭찬’이라고 한다. B그룹의 아이들이 받은 칭찬은 좋은 아이디어나 효과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고안해 낸 노력에 초점을 맞춘 칭찬으로 ‘과정 칭찬’이라고 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칭찬을 많이 하면 좋다고만 생각하지, 어떤 칭찬을 해야 아이들에게 더욱 효과적인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또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는 어떤 경우에는 칭찬을 해 주었는데도 아이가 싫어하거나 오히려 기분이 상하는 경우도 있어 당황할 때가 있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어서 고정 불변인 특성에 대한 칭찬보다는 노력하고 개선시켜 나가는 부분에 대한 칭찬을 듣는 것을 더욱 기분 좋게 느끼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미국 심리학자인 매슬로우가 얘기한 인간의 5가지 욕구 위계 중에서 특성 칭찬은 인정의 욕구를 채워주지만, 과정 칭찬은 그보다 한 단계 위인 자아실현 욕구를 채워주게 되기 때문이다.

“키가 크시네요”라는 칭찬을 받는 것보다는 “오늘 회의 때 아이디어가 참신했어요”라고 칭찬을 받는 것이 더 기분 좋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오히려 특성 칭찬만 많이 받는 경우에는 A그룹의 유치원생들처럼 자신감이 더 떨어지게 되고 도전을 회피하게 될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칭찬을 많이 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이왕이면 아이의 성취 욕구를 발달시키고 아이가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노력하도록 만드는 칭찬을 하는 것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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