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신형 그랜저 '이게 최선입니까?' Yes

머니투데이 옥포(거제)=서명훈 기자 2011.01.1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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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탁월한 주행성능+ 다양한 편의사양 '고급 외제차 안부럽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우리 동네는 3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아주 조그마한 곳이었다. 부산 앞바다가 바로 내려다 보이는 평온한 동네였다. 볕이 잘 드는 언덕에는 아주 예쁜 양옥집도 한 채 있었다. 집 앞마당에는 파란 잔디가 깔려있는,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집이었다. 그 집 앞에는 검은색 그랜저(일명 각 그랜저)가 주차돼 있었다.

돌이켜보면 12살짜리 꼬마 눈에 비친 본 그랜저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차, 아니면 세상에서 제일 비싼 차 정도였던 거 같다.



그 후 25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내겐 남들보다 먼저 신형(5세대) 그랜저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과연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현대차 (244,000원 ▼3,000 -1.21%) 신형(5세대) 그랜저 시승을 끝내고 시동을 끄면서 든 생각이다. 신형 그랜저는 우리나라 고급세단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그랜저’라는 이름이 결코 부끄럽지 않은 차였다.



↑18일 부산 거가대교 인근에서 열린 신형 그랜저 시승회 모습.↑18일 부산 거가대교 인근에서 열린 신형 그랜저 시승회 모습.


18일 김해공항 주차장에서 신형 그랜저를 처음 만났다. 정면부는 쏘나타와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날카롭던 선을 줄여 좀 더 중후한 맛이 느껴진다. 그릴 역시 현대차가 최근 내놓은 신차에 공통적으로 적용한 6각형의 헥사고날 그릴과는 다소 다른 느낌이다.

시동을 켜자 미세한 진동만 느껴질 뿐 엔진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실내 정숙성은 억대를 호가하는 고급 수입차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DMB 내비게이션과 각종 편의장치들은 센터페시아에 보기 좋게 정렬돼 있었다.

이번에 시승한 구간은 김해공항을 출발해 거가대교를 거쳐 옥포대첩기념공원을 돌아오는 코스였다. 공항을 빠져나오자 부산 신항만으로 연결되는 도로가 이어진다. 대형 트레일러와 화물차가 즐비하다.


속도를 내기엔 도로 여건이 여의지 않았다. 달리고 싶은 마음을 잠시 가라앉히고 국산차 최초로 탑재된 ‘ASCC(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성능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일정한 속도를 유지해 주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에 앞차와의 간격을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기능이 추가됐다.

↑신형그랜저(HG)의 실내모습 ↑신형그랜저(HG)의 실내모습
ASCC 버튼을 누른 다음 속도계 버튼을 아래로 내리면 기능이 작동된다. 앞차와의 간격도 3가지 단계로 조절이 가능하다. 조심스레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다. 앞차가 속도를 높이니 저절로 속도계가 따라 올라간다. 특히 앞차가 완전 정지하더라도 3초 이내에 출발하면 기능이 계속 유지된다. 막히는 도심은 물론 명절 귀성길에 안성맞춤이다.

거가대교 초입에 도착하자 차량 통행이 눈에 띄게 줄었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시속 180km까지는 막힘없이 달린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V6 3.0 모델로 이전 TG 3.3 모델에 비해 배기량이 낮아졌다. 이 때문에 가속력이나 힘이 다소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신형 그랜저에 탑재된 람다II 3.0 GDi 엔진은 상상 이상의 성능을 보여줬다.

핸들링 성능을 시험해 보기 위해 국도로 들어섰다. 섬이라는 특성상 직선도로가 거의 없고 급커브 경사길이 상당했다. 시속 80km 정도에서 커브를 돌았지만 부드럽게 빠져나간다. 다만 급커브 길에서는 약간 밀리는 느낌이 있었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승차감을 위해 서스펜션을 너무 딱딱하게 세팅하지 않은 때문이다.

연비 역시 만족스러웠다. 시승 후 확인한 연비는 8.5km/ℓ로 공인 연비(11.6km/ℓ)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여러 차례 급가속을 반복했던 점을 감안하면 합격점이다.

‘어떤 차를 살까요? 추천해 주세요’ 자동차 담당기자들라면 누구나 듣게 되는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말 그대로 사람마다 취향이 제각각인 탓이다. 여기에 가격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더 답을 내놓기 망설여진다. 하지만 3000만원대 세단 구매를 생각하고 있다면 그랜저는 ‘최선의 선택’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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