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랩 과당경쟁, 자격미달 자문사까지 동원

머니투데이 임상연, 전병윤 기자 2011.01.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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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사 선정 운용성과에만 치중...재무구조 공시등 선정기준 강화해야

"자기 돈 까먹은 자문사가 남의 돈은 잘 운용할까?"

최근 자문형랩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자본잠식 투자자문사들까지 자문형랩의 운용자문을 맡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 자문사 중에는 고유재산 운용실패로 자본금을 까먹은 곳도 있다. 고객 입장에서 본다면 사실상 자격미달 자문사에 돈을 맡긴 셈으로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과당경쟁으로 자격미달 자문사에 자문 맡겨"
자본잠식 자문사들까지 자문형랩의 운용자문을 맡고 있는 것은 업계간 과당경쟁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증권사는 물론 시중은행들마저 너도나도 자문형랩(또는 자문형신탁) 출시에 열을 올리면서 통상적인 선정기준에 미달되는 자문사들까지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 한 자문형랩 담당자는 "증권사마다 선정기준이 있지만 최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재무적 안정성보다는 단기성과가 뛰어난 자문사들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도 "자문형랩 홍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문사의 인지도인데 이미 인기있는 자문사는 몸값이 높아져 요구하는 것도 많아졌다"며 "이 때문에 신생 자문사중 어느 정도 능력을 갖춘 곳을 선정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통상 연기금, 은행, 증권 등 기관투자가들은 운용사, 자문사 등에 돈을 맡길 때 과거 운용실적은 물론 자본잠식 등 재무구조도 면밀히 따지는 것이 보통이다.


재무구조가 부실할 경우 양질의 운용인력을 갖추기 힘들어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데다 자칫 회사 존립자체가 흔들려 자금운용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기관투자가들이 자본잠식 운용사나 자문사에 자금을 맡기는 경우는 거의 없고 운용 경력도 최소 1년 이상 돼야 한다"며 "고유재산 운용손실로 자본금을 까먹는 경우라면 애초 검토대상에서 제외 된다"고 밝혔다.

◆이해상충 등 부작용 우려...선정기준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자본잠식 자문사가 자문형랩의 운용자문을 맡을 경우 자칫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관계자는 "자문형랩의 운용자문은 자문사가 담당하지만 실질적인 운용과 책임은 증권사의 몫"이라며 "자칫 자문형랩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자문사 선정기준 등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객재산운용과의 이해상충 문제와 투자손실 전가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자문사들은 운용사와 달리 고유재산 운용에 특별한 제한이 없어 주식, 파생상품 등 위험자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창의투자자문 등 일부 자문사들이 자문형랩 운용 전에 고유재산 운용중단을 선언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시장의 우려를 인식해서다.

업계관계자는 "자문형랩이 건전한 투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은행 증권사들이 보다 엄격한 자문사 선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투자자들이 어떤 자문사가 자기 돈을 관리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도록 공시 강화 등 제도적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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