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명동 사채도 쓰기 어려워 '카드깡'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1.01.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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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풍향계]용산서 넷북 현찰로 35% 구입가능

대부업체들이 금리를 내리면서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들이 용산을 기웃거리고 있다.

명동 사채업자 A씨에 따르면 최근 명동에서도 거절당한 중소기업들이 '카드깡'을 통해 긴급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실제로 용산에 가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불법 카드깡을 한 노트북과 넷북들이 용산에서 수없이 팔려나가고 있다.

A씨는 "최근 넷북을 사러 용산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며 "중소기업들이 노트북 10~20대를 신용카드로 구입한 후 '깡'을 한 제품들이 여기저기 쌓여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A씨가 넷북을 사러갔던 매장에도 카드깡을 한 노트북이 30여대 쌓여 있었다. 카드깡 물건들은 아예 한켠에 쌓여져 판매되고 있는데, 박스만 뜯어져 있을 뿐 완전히 새 제품들이다. 카드깡 제품의 가격은 현금 결제시 35%이상 할인된다고 A씨는 귀띔했다. 또는 36개월 무이자 할부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매장 주인은 "언제든지 말만 하면 (원하는) 물량을 다 채울 수 있다"고 말해 카드깡이 중소기업들에게 얼마나 성행하고 있는지 가늠케 했다. 이는 역으로 대부업체들로부터도 외면 받은 중소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용산에서 현금결제시 35%이상 할인이면 중소기업들은 40~50% 이상 카드깡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2000만원의 자금을 구하기 위해 3000만원어치 카드깡을 하고 있는 셈이다.

대부업체의 상한금리는 지난해 49%에서 44%로 5%포인트 인하된 후 올해 5%포인트 추가 인하돼 39%로 낮춰질 전망이다. 이미 일부 대형 대부업체들은 39%이하로 인하키도 했다. 이에 따라 대출심사도 엄격해져 등록 대부업체에서조차 대출을 받지 못하는 개인 또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출을 받지 못한 이들은 당장 현금 융통을 위해 카드깡을 하거나 불법 사채업자들에게 가게 된다.


한편 사채시장에서는 건설사에 대한 신용평가사의 평가나 전망이 무시되고 있는 분위기다. 시공능력평가 150위내로 평가된 지방 건설사에 대해 시장에서는 어음할인을 꺼리고 있다.

29억원 정도 보유한 전주 B씨는 "차라리 확실한 아파트 담보대출 2순위가 낫다"면서 "워크아웃하는 기업들도 빨리 정확하게 지원해주지 않으면 신평사가 제대로 평가하기 전에 넘어갈 회사들이 줄지어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채시장에서는 리스크가 큰 주식시장에 대한 시각도 후하지 않다. 올해 코스피지수는 2400이 전망되고 있지만 시장에선 오히려 확실한 아파트 담보대출이 더 낫다는 평가다.

특히 공기청정기 제조업체인 CTC의 사례처럼 코스닥상장사에 조폭이 개입하면서 개별종목에 대한 불신이 더 높아졌다. B씨는 "주식담보는 리스크가 더 크다"면서 "당연히 담보도 크고 금리도 높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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