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돈을 빌리려는 저축은행 재현?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0.12.1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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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풍향계]부실저축은행 많아 매물가치도 '뚝'

연말이 되면 돈줄이 궁해진 기업들이 체면불구하고 찾는 곳이 명동 사채시장이다. 빌리는 입장에서는 명동시장이 마지막 카드라고 생각하지만 명동업자들이라고 쉽게 돈을 내주진 않는다.

최근 '파산 위기'가 거론될 정도로 부실이 심각해진 저축은행들은 어떨까.



"3년 전쯤인가요. 영업정지를 당하네 마네 했던 상호저축은행이 명동시장에서 긴급자금을 구하러 다닌 적이 한번 있었죠."

명동 업계 관계자 A씨는 지난 2008년 8월 파산한 분당상호저축은행이 직원 월급 등의 자금마련을 위해 명동시장을 찾아왔던 적이 있었다며 당시를 이같이 회상했다.



"금액도 많지 않았어요. 3억원 정도. 자기네 당좌수표를 발행해주겠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시장에서 받아줄 곳이 있을 리 만무하죠. 영업정지를 당할지도 모르는 곳인데 돈을 선뜻 내주겠다고 하는 곳이 어디 있겠어요."

분당상호저축은행은 결국 명동에서 자금을 구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갔다고 A씨는 전했다. 분당상호저축은행은 이후 6개월 영업정지를 거쳐 파산했고, 예금보호공사가 자산·부채를 양수해 다른 파산 저축은행들과 함께 가교은행인 예한울저축은행을 설립,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 피인수됐다.

◇줄서서 실사 기다리는 부실 저축은행들=부실 저축은행이 사채시장 문을 두드리는 것은 비단 3년 전 이야기가 아니다. 1년 전만해도 대부업체들이 인수(M&A) 가능한 저축은행들을 찾아다녔다면 지금은 부실 저축은행들이 줄서서 대부업체의 실사를 기다리고 있는 분위기다.


사채시장에서 쉽게 돈을 빌려주지 않듯 대부업체의 M&A 역시 까다롭다. 대부업계 최초로 저축은행 인수 초읽기에 들어갔던 러시앤캐시는 돌연 중앙부산저축은행 인수를 포기했다. 저축은행과의 시각차를 해소하기 어려웠다는 게 러시앤캐시측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저축은행을 후한 가격으로 인수해줄 의사가 조금도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셈이다.

이는 러시앤캐시 뿐 아니라 저축은행을 인수하고 싶어하는 금융권의 공통된 생각이다. 내년초쯤에는 M&A시장에 매물이 많이 나와서 더 좋은 가격에 고를 수 있을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이뤄진 탓이다.

대형 대부업체 관계자는 "(M&A 업자가)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 리스트를 들고 정말 많이 찾아오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가 판단하는 부실규모와 저축은행에서 주장하는 규모가 너무 다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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