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현대그룹, '9월 승리' 재현할까?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2010.12.2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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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대출받고도 채무에 기록하지 않은 것은 사기다"(현대차)

"인수전에 뛰어들 때 대출받은 돈임을 채권단에 알렸다"(현대그룹)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1조2000억원을 자기자본으로 기록했는지 확인해 달라"(재판부)



"다음에 정리해 말씀드리겠다"(현대건설 채권단)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현대그룹과 현대건설 채권단(이하 채권단)이 첫 법정 공방을 벌인 22일. 이날 현대그룹과 채권단, 피신청인 보조참가인 현대자동차 등은 양해각서(MOU)해지 경위을 놓고 치열한 설전을 펼쳤다.



현대그룹 측은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MOU 해지 사태에 이른 경위를 '음모'라고 주장했다. 현대그룹 측 변호인은 "채권단의 여신거래 압박 등으로 국내자금이 말라버려 해외자금에만 의존했다"며 "한 손을 묶은 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고 표현했다.

이어 "1조2000억원의 자금을 유통해 우선협상자 지위를 획득한 뒤 노골적인 권력게임으로 변질됐다"며 "언론, 금융감독원, 국회 등이 나서 의혹이 제기됐다"고 성토했다.

결국 채권단은 현대건설을 현대차에 넘기기 위해 입찰제안서와 MOU 상 근거가 없는 자금 출처 규명요구를 하고 MOU 해지에 이르렀다는 것이 현대그룹의 주장이다.


반면 채권단 측 변호인은 이렇다 할 해명을 하지 못했다. MOU 해지 과정에 대해서는 "(양측이 합의한 규정 상) 채권단이 MOU 해지를 할 수 있다"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MOU해지에 이르기까지 현대그룹의 위법 행위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현대그룹 측이 "체결되지도 않은 주식매매 결의안을 이사회에 상정해 부결시켰다"고 주장하자 "가격을 제외한 나머지가 합의돼 매각 계약서가 사실상 확정된 상태"라며 상식 밖의 대답을 했다. 이에 재판부가 "가장 중요한 금액이 결정되지 않은 계약서가 가능하냐"며 "이사회 안건 일체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물론 현대그룹 측이 심리 전날 업무시간이 종료된 뒤에야 가처분 신청 취지를 변경한 탓에 준비한 변론을 펴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상대방의 허점을 드러내고자 예상치 못한 상활을 만드는 소송전략은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소송전략에 말려들었다고 보기엔 채권단 측의 주장은 너무 미약했다. 취지 변경과는 상관없이 현대그룹이 마련한 1조2000억원의 자금 출처와 MOU 해지 경위 정도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돼 왔기 때문. MOU 해지로 현대그룹 측이 가처분 신청 취지를 변경할 것 역시 충분히 예상된 상황이다.

지난 9월 현대그룹은 자신의 채권단을 상대로 공동으로 금융제재를 풀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 법원의 인용결정을 얻어냈다. 당시 현대그룹 채권단 역시 "은행법 및 관련규정에 따라 업무를 처리했을 뿐"이라는 주장을 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다음에 준비해 반박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채권단이 24일로 예정된 다음기일에서 어떤 변론을 펼칠지, 현대그룹이 9월 가처분 결정과 같은 결과를 얻어낼 지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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