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오랫만의 안도랠리…긍정의 힘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0.12.0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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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이틀째 상승했다. 11·11 옵션 만기일 충격 이후 유럽 재정위기, 중국 긴축 이슈, 북한 리스크 부각 등 3대 악재에 휘둘려 조정 분위기를 이어가던 데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이다.

섣부른 예단이랄 수도 있지만 지지세가 완연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7,370원 ▲10 +0.1%) 연구원은 "60일선이 지켜지고 있다"며 "일단 지지할 곳은 지지하면서 반전을 모색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주요 45개국 가운데 지수가 60일선을 하향 이탈한 국가가 58%로 급증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인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이머징마켓을 중심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도 국내 증시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20일선 하향이탈 국가 비율은 80%에 이른다.

중국 긴축과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여전히 시장 변동성을 높이고 있지만 시장이 대응책을 마련하면서 내성을 쌓아가고 있다는 점이 조정장세 탈출의 동력으로 꼽힌다.



우선 중국 정부의 긴축 방침은 성장을 훼손할 정도는 아닐 것이란 점에서 우려가 줄었다. 지난 1일 국내 증시가 강한 반등을 보인 것도 11월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5.2로 예상(54.7)을 넘어서는 호조세를 보이면서 중국 경제의 강한 펀더멘탈을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유럽 재정위기 문제도 일각의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내년 초 스트레스 테스트 재실행 가능성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국채 매입 시사 등 대응책이 마련되고 있다는 점에서 영향력이 점차 완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유로존 제조업 PMI가 4개월째 업종 확장세를 지지한 데 이어 영국 11월 PMI는 1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 유럽 증시에 모멘텀이 되고 있다.

미국 경기 회복세는 지수 반등을 본격적으로 이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카고 PMI지수가 예상보다 좋았던 데 이어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의 11월 제조업지수는 56.6으로 전월보다는 낮았지만 블룸버그통신이 사전집계한 전망치에 부합했다.


주말 예정된 고용지표도 개선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민간 임금지불 서비스업체인 ADP 임플로이어서비스는 자사 서비스를 받는 업체 동향을 집계한 결과 11월 미국의 민간고용이 전월보다 9만3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런 판단에 미국 12개 연방준비은행은 지난 1일(현지시간) 발표한 베이지북에서 "미국경기회복이 지속된 가운데 대부분의 지역에서 고용증가 조짐이 목격되고 있다"고 밝히며 힘을 실었다.

간밤 뉴욕증시가 2% 넘게 급등한 데도 이런 호재가 반영됐다. 이날 다우존스산업 평균지수는 249.76포인트(2.27%) 오른 1만1255.78을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는 51.2포인트(2.05%) 뛴 2549.43으로, S&P500지수는 19.47포인트(1.64%) 오른 1206.07로 마감했다.

남은 악재는 북한 리스크 뿐이지만 결국은 단기 악재가 될 것이란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12,930원 ▲30 +0.23%) 연구원은 "연평도 사태로 약세를 보였던 남북경협 관련주가 최근 반등세를 나타내고 글로벌 달러화의 강세 속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다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외국인 유동성의 국내 증시 이탈이 적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증시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각이 여전히 긍정적이라는 얘기다. 지난 5일간 외국인은 매도 우위를 기록했지만 규모는 3300억원에 그쳤다. 지난달 옵션 만기일에 1조3000억원의 매물이 쏟아진 이후엔 1조원의 매수 우위를 기록 중이다.

국내 수급 모멘텀은 오히려 강화되는 모습이다. 국내 수급 동향은 11월 중순 이후 주식형 펀드의 환매규모 감소와 기금 투자자의 꾸준한 매수세로 요약할 수 있다. 외국인에 비해 내부 수급 모멘템이 강화되면서 시장 흐름이 견조한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기관 매수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적잖다. 이번 주 들어 기관은 운수장비, 화학 업종 등 중심으로 매수세를 높이고 있다. 정유정 미래에셋증권 (20,500원 ▼150 -0.7%) 연구원은 "북한 리스크 이후에도 IT, 자동차, 화학 등 기존 주도주 중심으로 매수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경기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당분간 시장 방향성이 보이지 않더라도 이들 중심의 대응은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훈 연구원은 "외국인에 비해 국내 기관의 적극성이 상대적으로 강화되고 있고 대형주에 비해 중·소형주 회복이 더딘 점을 감안하면 화학, 자동차, 조선 등 주도주 중에서도 중·소형주를 단기 관심권에 두는 게 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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