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G20 서울 정상회의의 여운

머니투데이 최희갑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10.11.18 13:40
글자크기
[MT시평]G20 서울 정상회의의 여운


G20 서울회의가 끝났다. 세계경제의 혈관인 국제금융의 규율을 위한 회의인 만큼 많은 여운을 남겼다. 가장 큰 여운은 주요국의 명암에 관한 것이리라. 2차 세계대전 이후 각종 체제위기나 금융위기를 경험한 국가들이 모처럼 자신의 맵시를 뽐낼 수 있었다. 반면 세계 자본주의를 오랫동안 주도해온 미국과 일본의 모습은 상대적으로 초라했다.

그것도 동시에. 하지만 이들 2개국이 지금의 처지에 이른 배경을 보면 남의 일로만 볼 수 없겠다. 다른 나라의 약진도 거셌지만 부동산 버블과 과도한 신용팽창의 후유증이 이들 국가의 현재를 만들어냈다. 역시 내부의 적이 무섭다. 성장속도가 빠른 만큼 고성장과 버블을 분간하기 어려운 신흥국들, 그리고 노벨과학상으로 대변되는 기술적 우위도 미약한 신흥국들이 다음 G20 회의에 어떤 모습으로 참석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번 회의가 남긴 두번째 큰 여운은 통화전쟁의 대안으로 급부상한 경상수지 목표제가 남겼다. 경상수지 목표제는 현재 세계경제체제나 환율체제에 비추어볼 때 기이한 제안이기에 두고두고 논란이 벌어질 것이다. 우선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대부분 활동은 개인과 기업의 적극적 선택으로 이뤄진 것이다. 경상수지를 목표로 하는 수준에 맞추려면 민간의 선택에 개입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시장경제체제에 부합하지 않는다.

물론 미국이 주장하는 것이 이것은 아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경상수지 목표에 맞추어 각국이 경제정책을 통해 내수와 해외수요의 적절한 조합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어설프다. 각국 정책당국자들에게 성장(또는 고용), 물가안정, 경상수지 목표치 중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라 하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당연히 상식적인 정치인이나 정책당국자라면 고용이나 물가를 우선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국제기구가 경상수지 목표치를 우선시하라고 강제한다면 이는 경제정책의 주권문제를 야기한다. 국내저축이 부족한 국가가 해외로부터 막대한 자본유입에 의존해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경상수지 목표를 위해 경제발전을 제한하라 한다면 개도국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적어도 환율정책만이라도 경상수지 목표에 맞추면 되지 않겠느냐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환율 역시 정책변수가 되는 한 정책목표의 우선순위 문제가 다시 생겨난다. 만성 불황의 상황에서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한 일본에 엔화의 추가 절상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아울러 환율은 재화거래보다 자본거래가 지배적 영향을 미친다. 즉, 경상수지를 조절하는데 환율정책은 적지 않은 한계를 가진다. 1990년대 초의 한국을 생각해보자. 대표적 신흥시장이었던 한국은 경상수지 적자와 자본수지 흑자가 나날이 커지고 있었다. 밀려오는 해외자본으로 원화는 가파르게 절상된 바 있다. 당시 경상수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환율조절을 통해 달성할 수 있었을까? 그렇지 못하다. 외환위기와 자본유출이 원화를 절하시키며 조정이 이뤄졌다.


대부분 주요국이 변동환율제를 선택한 현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경상수지 목표를 위해 환율이 조정된다면 이는 주요국이 고정환율제로 이행하자는 과격한 제안이 된다.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셈이다. 경상수지 목표제는 케인스가 처음 주장했다. 당시에는 고정환율제 맥락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상식적인 제안이었다. 그러나 더이상 경상수지 목표제는 변동환율제의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아마도 가장 큰 문제는 경상수지 목표제가 낳을 환율의 불안정성일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변동환율제 하에서 정책당국의 특정 환율수준 언급은 금기 중 금기다. GDP의 4% 수준이어야 한다는 경상수지 목표제는 이 금기를 깨고 환투기의 지점을 밝혀준다. 경상수지 목표제는 새로운 환투기 목적의 자본흐름을 유발하며 환율의 변동성을 더욱 높이게 될 것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