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매각 없다지만···" 현대건설 내부 불안감 증폭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10.11.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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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계열사 인수전 유탄에 덜덜…노조 "채권단 돈장사"주장

"터무니없는 금액으로 회사의 주인이 되니, 그 빚 갚으려 직원들이 고생을 해야 할 판입니다."

지난 16일 현대그룹이 우선 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발표직후 현대건설 해외영업장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현대그룹이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으로 현대건설 인수전의 승자가 되면서 회사 내부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외부에서는 이번 인수전 결과가 현대건설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국내 건설산업 발전에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 하루 뒤인 17일. 현대건설 임직원들은 전날의 결과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자산 매각 방침은 없고 시장의 우려처럼 '승자의 저주'란 없을 것"이란 현대그룹측 설명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현대건설 한 직원은 "자산매각은 하고 싶지 않다고 안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매각방침이 없다는 현대그룹측 주장을 믿고 싶지만 과도한 차입에 대한 부담은 결국 직원들 몫"이라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스틸산업 등 현대건설의 주요 계열사들 역시 인수전의 유탄이 날아올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특히 현대기아차가 인수전 과정에서 "현대건설을 시공 위주가 아닌 기획과 엔지니어링체제의 글로벌 건설사로 키우겠다"고 밝히는 등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로의 인수가 불발되면서 졸지에 자산매각 주체로 거론되고 있다.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종사자는 "현대건설은 건설업계의 '삼성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회사"라며 "자율경영체제에서 시공능력 1위를 되찾는 등 저력을 보였기에 이번 인수전 결과가 더욱 아쉽다"고 말했다.


또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오너체제로 바뀌면서 국내 1위 업체로 만족하면 안된다"며 "과거 해외시장 개척의 선도적 역할을 했던 만큼 건설업계의 글로벌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현대건설 노조는 "채권단은 현대건설 매각에 있어 비가격 요소의 반영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지만 결국 우려하던 가격을 기준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하고 말았다"며 "채권단은 돈장사만 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현대그룹의 과도한 차입금은 현대건설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켜 영양제가 아닌 독이 돼 되돌아올 수 있다"며 "채권단은 매각 기준과 내용을 즉각 공개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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