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주인' 결정된 현대건설의 앞날은?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10.11.1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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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보유자산 매각통해 부채탕감 우려…회사 안팎 후유증 적지 않을 듯

현대건설 (34,250원 ▼850 -2.42%)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현대그룹이 선정됨에 따라 국내 시공능력 1위 건설사인 현대건설의 앞날에 관심이 모아진다.

16일 현대건설 채권단에 따르면 이날 현대그룹이 인수가격으로 써낸 금액은 5조5000억원으로, 4조원대가 될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크게 넘어섰다. 이 때문에 현대그룹이 인수후 현대건설이 보유한 자산매각을 통해 부채탕감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후유증 적지 않을 듯
현대건설은 구조조정 등 자구노력과 수주 극대화 등을 통해 지난 2006년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났고 한때 3위까지 밀렸던 시공능력평가 순위 1위를 지난해 6년 만에 탈환했다.

올 3분기까지 매출 6조902억원, 영업이익 4591억원, 수주 16조1888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건설 부문의 세계 1위에 해당하는 '업종 선도기업'으로 선정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자율경영체제 이후 시공능력 1위를 되찾는 등 건설종가로 복귀했지만 현대그룹의 계열사간 빚잔치에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건설업계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사례에서 보듯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보증권 조주형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 인수도 재무투자자 비중이 높았던 대우건설 인수사례와 비슷한 상황이 됐다"며 "차입금 비중이 높은 현대그룹의 기업가치 훼손이 현대건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 경영진의 유임 여부도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김중겸 사장을 비롯한 현재의 현대건설 임원진이 지난 2년여간 좋은 실적을 낸 만큼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의견이 있는가하면,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바뀌면서 대대적인 인사개편이 이어질 것이란 견해도 있다.


현대건설 퇴직 임직원 모임과 노조가 인수전 과정에서 특정기업의 인수를 우려하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하는 등 회사 안팎의 각종 후유증도 적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현대건설 퇴직 임직원 모임인 현대건우회는 일부 일간지에 '현대건설 매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광고를 싣고 과도한 차입에 의존한 인수로 현대건설이 재부실화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현대그룹 인수를 반대하는 주장을 폈다.

총 회원 1000여명의 현대건우회는 현대건설 통합구매실장(전무)을 역임했던 김주용씨가 회장이며 이춘림, 이내흔, 김윤규, 심현영 등 전직 현대건설 대표이사들이 고문을 맡고 있다.

◇시너지 효과는 얼마나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계열사간 시너지효과가 커 '윈윈'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우선 현대아산 남북경협사업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사업에 참여할 때 현대건설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아산은 북한의 전력, 통신, 철도, 비행장 등 대형 SOC사업을 포함한 7대 남북경협사업권을 가지고 있다. 북한 인프라사업 규모는 앞으로 30년간 150조~400조원에 달한다고 현대그룹측은 예측했다.

현대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증권도 현대건설을 통해 영업력 강화와 수익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현대건설은 현대증권을 통해 영업력 강화와 선진금융기법을 전수받을 수 있다는 점도 시너지 효과로 꼽고 있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현대엘리베이터를 비롯해 전세계 네트워크를 갖춘 현대상선 및 현대로지엠 등 물류회사도 현대건설과의 시너지효과를 낼 있다고 현대그룹측은 자신한다. 이들 회사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현대건설의 해외 프로젝트 수주시 유영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인수전에 앞서 "현대건설을 세계 5위 건설사로 키우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현대건설이 미국 건설전문지 ENR사가 올해 집계한 세계 건설사 순위에서 23위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공격적인 목표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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