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錢의 전쟁' M&A, 독배 피하려면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0.11.1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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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상반기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선 대우건설을 둘러싼 M&A 전쟁이 달아올랐다. 금호아시아나와 두산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과 유진 프라임 삼환 등 탄탄한 중견기업이 사활을 건 '쩐(錢)의 전쟁'을 전개했다.

결과는 금호의 승리였다. 금호는 같은 해 11월 대우건설 지분 72%를 6조4000억원에 사들였다. 인수 후보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가격이 당초 예상인 4조~5조원보다 2조원 이상 뛰었다. 채권단은 예상치 못한 대박에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M&A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의혹'과 '무리한 차입 인수' 논란은 뒤로 밀렸다. 당시 한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국내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M&A"라며 "매도자와 매수자, 매물이 모두 윈윈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금호는 3년 뒤 유동성 위기로 그룹이 분리되고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신세로 전락했다. 대우건설 인수 자금 상당액(3조원)을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서 차입하고 풋백옵션(매도 선택권)을 부여한 게 발단이 됐다. 채권단도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무리한 차입형 M&A가 낳은 후폭풍이었다.



지난 16일 현대그룹을 '새주인'을 맞게 된 현대건설 M&A를 보면서 4년 전의 옛 기억을 떠올린 게 비단 기자만은 아닐 것이다. 두 M&A를 보면 묘한 '기시감'이 없지 않다. 인수 후보간 과열 경쟁, 예상을 훨씬 웃 돈 인수 금액, 상당액을 차입하는 매입 구조 등이 그렇다.

물론 현대그룹과 금호는 여러모로 다르다. 현대그룹의 경우 금호를 벼랑 끝으로 내 몬 '풋백옵션'같은 악성 대출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혹여 현대건설 인수 시너지 효과가 단기에 발휘되지 않는다면 외부 차입액이 그룹을 짓누를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현대건설 인수 후 주식시장에서 현대그룹주가 연이틀 동반 급락한 것도 이런 염려가 반영된 탓일 게다.

대우건설 M&A같은 '승자의 저주'를 막으려면 채권단도 '가격 지상주의'를 버릴 필요가 있다. 현재의 M&A 평가 기준에선 자금의 질보단 양이 '대세'를 결정하게 돼 있는 게 사실이다. 인수 기업이 과도한 차입으로 부실화되면 주채권은행도 건전성이 악화된다. 돈에 욕심을 내다가 금융시장의 불안을 스스로 자초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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