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암초' 우리금융 민영화 어떻게?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정진우 기자 2010.11.1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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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불참시, 유찰 가능성…공자위·예보·우리금융 '당혹'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추진이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우리금융과 합병을 추진해 온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민영화가 또 다시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우리금융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지분율 56.97%)는 오는 26일까지 우리금융 입찰참여의향서(LOI)를 접수받을 계획이다. 현재로선 '과점주주 방식의 독자 민영화'를 원하는 우리금융 컨소시엄과 '합병'을 바라는 하나금융이 주요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날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추진을 공식화하고 실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면서 우리금융 민영화 구도에 상당한 균열이 일 조짐이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와 협상을 타결하면 우리금융 입찰에 불참할 계획이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이날 "오는 26일까지 우리금융과 외환은행 중 양자택일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LOI 접수 시한인 26일까지 외환은행 인수 협상을 타결짓고 결렬될 경우에 한해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의미다.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하나금융의 우리금융 합병은 특혜 시비나 최저가 보장 등의 법적 제약으로 말처럼 쉽지 않다"며 "호주 ANZ와의 가격 협상이 지지부진한 외환은행 인수 쪽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보여 우리금융 민영화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자위와 예보도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협상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 했다"며 "하나금융 내부에서도 극소수가 협상을 담당했고 금융당국에도 소수에게만 알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자위와 예보는 특히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 '유효 경쟁입찰'이 성립하지 않아 '딜' 자체가 유찰될 수 있고 매각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흥행'에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금융도 당혹해 하긴 마찬가지다. 하나금융의 행보와 무관하게 '제 갈길'(과점주주 민영화 추진'을 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 당황스러운 표정이다. 우리금융은 이날 오전 지주 임원회의에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추진이 민영화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핵심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입찰을 하든 안 하든 우리금융은 계획대로 과점주주 방식의 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예정대로 26일까지 투자자들을 모아 LOI를 접수하고 다음 달 입찰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우리금융 핵심 관계자도 "가장 중요한 게 '유효 경쟁입찰' 성립 여부인데 하나금융이 중간에 빠지면 유찰 우려가 없지 않다"면서도 "우리금융은 과점주주 민영화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시장에선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외에 다른 인수 후보들이 입찰 참여를 저울질 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몇 개의 펀드가 최소 입찰규모(4%) 이상을 제안해 입찰에 들어올 것이란 소문이 있다"며 "이들이 따로 참여한 후 추후 인수할 지분 규모를 합쳐 우리금융 M&A를 추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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