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금투협, G20 때문에 생긴 '소동'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0.11.12 11:16
글자크기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때 아닌 작은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1년에 한 번 있는 협회 노조의 단합대회 중 일정 한 부분이 노사 간 신경전의 빌미로 작용했습니다. 이날 홍대 클럽에서 열릴 단합대회 전에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 원장의 강의가 협회 강당에서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죠.

노조에 따르면 사측이 주요20개국(G20) 회담을 시작하는 날, 야당 정치인이 협회에서 강연을 한다는 건 '불미스러운'일로 간주해 취소를 요구했다는 겁니다.



결국 이날 오후 5시경 강연이 열릴 협회 본사 3층 대강당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와 계단 출입구가 느닷없이 봉쇄됐습니다. 사측은 용역직원까지 불러 강연을 저지하기도 했습니다.

금투협 관계자는 "다른 노조 관계자들을 포함한 외부 방문객을 막기 위해 고용했을 뿐이고 강연은 일정상 취소됐다"고만 말했습니다.



그러나 사실과 달리 유시민 원장의 강연은 노조 단합 대회의 '뒤풀이'장소인 홍대 근처의 지하 클럽으로 옮겨 진행됐습니다. 비좁은 자리였지만, 직원들은 강연을 듣고 싶은 강사 1위로 유시민 원장을 꼽았던 만큼 100여명이 빼곡히 앉아 1시간 넘게 경청했습니다.

이 과정을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많습니다. G20 개최에 금투협이 민감할 정도로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강연자가 야당의 인지도 높은 인물이란 이유로 강연 자체를 막겠다는 발상은 '오버'로 인식되기 충분합니다.

금융투자협회는 말 그대로 금융투자회사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입니다. 물론 자율규제의 역할을 갖고 있어 공적 기능도 일부 있지만 본질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유 원장의 강연 주제는 '진보정치의 미래'였고, 강연 내용도 정부 비판이 목적이 아니라 진보의 개념과 국가론에 대한 지론을 말한 자리였습니다.

해프닝처럼 보이는 이번 일은 공공기관도 아닌 금융권이 여전히 권력과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단면으로 느껴져 씁쓸했습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