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무시한 아일랜드, 도대체 무슨 일이?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0.11.11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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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수익률 연일 사상 최고, 디폴트 우려도..정치·재정·은행권·주택시장 '총체적 문제'

최근 유럽 국가채무위기 우려가 다시 불거지면서 유럽 증시가 연일 하락하고 달러가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강세를 이어가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아일랜드가 불을 지폈다. 악화된 재정을 회복하기 위해 강도 높은 내핍안을 마련했지만 성공 가능성이 의문시되면서 구제금융 수혈이나 채무 디폴트 우려가 대두됐다.



올 봄 유럽 위기의 주범이었던 그리스의 게오르게 파파콘스탄티누 재무장관이 "우리는 아일랜드와 다르다"며 대놓고 무시할 정도로 아일랜드의 상황은 심각하다. 특히 국채시장은 회복 불가능할 만큼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국채 수익률 연일 사상 최고=아일랜드 국채 가격은 무려 12일 연속 하락했다. 10일(현지시간)에는 10년물 수익률이 8.76%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일 국채와의 수익률 스프레드도 622bp까지 커져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청산기관인 LCH 클리어넷이 아일랜드 국채 거래에 대한 증거금을 약 15% 인상한다고 밝히면서 디폴트 우려가 더욱 커져 또다시 수익률이 급등했다. 이같은 아일랜드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외면은 앞서 지난 8일부터 뚜렷이 나타났다.

당시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이 아일랜드 정부의 내핍안을 검토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하면서 문제가 표면화됐다. 아일래드 내핍안이 EU의 지지를 얻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렌 위원이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아일랜드를 신뢰하지 않고 등을 돌렸다.

아일랜드를 진원지로 유럽 국가채무위기 우려가 재발하면서 유로화 가치와 유럽 주요 증시는 최근 며칠 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같은 우려 재발에 달러는 안전자산으로서 가치가 높아져 연일 강세를 기록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일랜드 국채 시장이 고장났다"며 "그 배경에는 심각한 경제 문제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은행 위기, 비틀거리는 정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영국 매체는 "투자자들이 아일랜드에 등을 돌렸다"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는 것은 바다에서 유조선을 되돌리는 것처럼 느리고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총체적 문제에 회복 난망=전문가들은 아일랜드가 심각한 재정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 불안과 은행권 위기, 주택시장 악화 등 총체적인 문제를 겪고 있어 국채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재정 문제에 있어서 아일랜드는 올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2%로 예상된다. 그러나 은행권 구제금융 비용을 반영하면 GDP의 32%까지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

또 내년도 지출예산을 약 60억 유로 삭감하고, 앞으로 4년 동안 150억 유로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등 불가피하게 내핍안을 추진 중이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포기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진 상태다.

패트릭 호노한 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가 "재정 상태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은행, 가계, 기업, 정부가 모두 상황 악화 압력에 노출돼 있다"고 말할 정도로 내부 진단도 심각하다. 그는 "현재 아일랜드 국채 수익률은 위기 수준으로 이대로 방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아일랜드가 패닉에 빠져있다며 교착상태에 빠진 정치권, 성공가능성이 불투명한 내핍안, 주택시장 위기 가능성 등을 핵심 문제들로 지적했다. 신문은 국채 수익률이 현 수준으로 지속되면 아일랜드 정부는 선택의 여지없이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주택시장 문제는 은행권 위기보다 더욱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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