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에 '바닥논쟁'이 뜨겁다. 지난해 10월 이후 1년 넘게 침체돼 있던 부동산시장이 최근들어 중소형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서 거래가 늘고 급매물이 빠르게 소화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8명 중 5명이 "현재 바닥을 다지는 중이거나 이미 바닥을 쳤다"고 진단한 반면 3명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현재 부동산시장이 '바닥'이라고 평가한 전문가들은 거래량 증가와 미분양 감소 등의 부동산 관련 지표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9월 아파트 거래량은 전국적으로 8% 증가했으며 특히 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3구'의 거래량은 20% 이상 급증했다.
실제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조사·발표하는 가격동향에서도 집값 하락폭이 줄었고 중소형 및 서울 강남 재건축 등 일부에서는 가격 회복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전세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수요자들이 중소형 매매쪽으로 이동, 급매가 어렵지 않게 소진되고 있다.
이밖에 최근 분양시장에서 1순위 마감 단지가 속속 등장하는 등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 내년 입주 및 공급 물량 감소, 부동산시장에 대한 수요자들의 심리가 개선된 점 등도 바닥론의 배경으로 꼽혔다.
박합수 국민은행 PB부동산팀장은 "그동안 시장에는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불안감이 확산돼 있었으나 이같은 심리가 상당 부분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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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징후 약하다"…아직 가격도 '비싸'
반면 바닥을 기대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부 바닥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거래량이 늘긴 했으나 절대 수치로 봤을 때는 여전히 부진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보통 수도권 거래량이 1만건은 돼야 정상적인 시장으로 볼 수 있지만 9월 기준 9022건으로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전통적 비수기인 11~12월에 다시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금리인상 등의 변수가 남아 있어 내년 1분기까지는 시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민석 메리츠증권 부동산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역시 "거래량이 다소 증가한 것으로 바닥을 언급하기는 성급해 보인다"며 "'바닥'이라는 것에 완만하든 급하든 가격이 회복될 것이란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라면 아직은 바닥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의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집값이 너무 비싼 수준이라는 점도 시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