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펀드 붐? "펀드의 봄이 다시 온다"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10.11.1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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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내년엔 본격적인 자금 유입" 기대

지난해부터 증시에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주가는 오르는데 투자자들은 펀드에서 돈을 뺐다. 주가가 오르면 증시로 돈이 몰리면서 펀드로도 자금이 들어오기 마련이지만 지난해부터는 상황이 정반대였다. 이 법칙(?)은 최근까지 거의 어김없이 들어맞았다. 시장 관계자들은 지수가 오르면 펀드 환매를 예상하고 그 지수대에서 나올 수 있는 환매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분석하기에 바빴다.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투신권)들은 속수무책이었다. 환매에 대응하느라 주식을 사는 날보다 파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1900선까지 올라선 코스피지수, 그리고 내년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들로 인해 펀드로 다시 자금이 돌아올 가능성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펀드의 봄은 오는가.



◇2009년부터 23조 자금 이탈

자산운용업계에게 지난 2년은 힘든 시기였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펀드 열풍은 '아이 업은 아줌마'까지 펀드로 이끌었다. 운용업계는 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자금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한달에 6조원의 자금이 몰려오기도 했다. '저금리에 예금은 이제 답이 아니다, 투자상품에 가입해야 한다'는 인식이 재테크의 모범답안이 됐고 적립식펀드 하나 정도는 필수였다. 2007년 2000선을 넘었던 코스피는 이 펀드의 힘이었다.



4차 펀드 붐? "펀드의 봄이 다시 온다"


하지만 2008년 갑자기 닥쳐온 금융위기는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줬다. 반토막난 증시에 펀드수익률은 대부분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투자자들은 펀드에 정이 떨어졌다. 특히 은행을 통해 적립식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의 실망이 컸다. 적립식으로 3년 정도 넣어두면 은행 예적금보다 낫다는 말만 믿고 적금이거니 하고 목돈을 넣었던 투자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당장 자금이 급한 사람은 눈물을 머금고 손실 상태에서 환매했고 다소 여유가 있었던 투자자들은 원금이 회복되면 자금을 뺐다.

그 결과 지난 2009년 국내 주식형펀드(ETF 제외)에서는 7조7000억원이 순유출됐고 올해는 10월 말까지 지난해의 배에 달하는 15조원이 빠져 나갔다.

◇변화의 징후들


펀드 환매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코스피가 1900선을 넘어서면서 주식형펀드의 자금은 여전히 마이너스다.

하지만 변화의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9일 이후 국내 주식형펀드의 신규 설정액은 매일 1000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환매 규모가 더 많아 전체적으로는 자금이 순감하고 있지만 새로 펀드에 가입하는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10월 신규 설정액은 2조1746억원으로 최근 5개월새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코스피가 1900선을 이탈해 1800선으로 내려오면 전체 펀드 설정액이 순증하는 날도 적지 않다.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코스피의 조정을 이용해 펀드에 가입하려는 투자자들이 더 많아진다는 의미다.

게다가 사모가 아닌 공모펀드로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사모펀드는 보통 소수의 거액 자산가나 기관투자자들이 가입하는 펀드인 반면 공모펀드는 일반 투자자들이 가입한다. 사모보다 공모로 자금이 유입된다는 점은 그만큼 개인 투자자들도 다시 펀드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펀드로 자금 돌아오나

전문가들은 펀드 환매는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조만간 펀드 자금 흐름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최근 머니투데이가 국내 6개 대형 운용사 CEO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CEO가 내년에는 펀드 환매가 진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펀드로 자금 유턴을 예상하는 근거는 많다. 우선 저금리 하에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갈 곳이 없다. 갈 곳 잃은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오지 못했던 것은 금융위기 이후 높아진 리스크 회피 성향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년에는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 2000선 중반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주식시장에 냉랭했던 투자자들의 시선이 점차 바뀌고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빠르면 올해 4분기, 늦어도 내년 1분기에는 국내 유동성의 주식시장 유입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곧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과거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유입됐던 세차례의 시기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금리의 절대 레벨 하락, 부동산시장 안정, 주가 상승에 후행해서 나타났던 자금 유입이었다"며 "현재 상황도 과거 펀드 붐이 일기 직전의 시기와 결코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4차 펀드 붐? "펀드의 봄이 다시 온다"
◇펀드로 자금 유입,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펀드로 자금 유입이 본격화된다면 주식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펀드는 지난 2년 동안 계속되는 자금 유출로 인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축소돼 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 대비 펀드 비중은 지난 9월 말 현재 6.89%다. 한때 9.67%에 달했지만 지금은 2008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대우증권의 전망처럼 펀드 붐이 나타난다면 펀드는 다시 위력을 되찾게 될 것이고 그 영향은 지난 2년간 국내 주식시장을 주도해 왔던 외국인들과는 사뭇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식시장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시가총액 상위 종목, 업종별 대표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한다.

하지만 펀드가 본격적으로 주식을 사기 시작하면 상황이 다르다. 외국인들은 잘 모르는 중소형 종목에까지 손길을 뻗치기 때문이다. 최근 내년에는 중소형주들이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 자산운용사의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계속된 펀드 환매로 인해 펀드들은 대부분 보유 종목을 줄이는 슬림화 작업을 벌여 왔다"며 "하지만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하면 다시 편입 종목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시장에서 소외됐던 종목들에 대한 매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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