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이중희)는 2일 경영 자문료 횡령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신한은행 본점에 있는 '빅3'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30분쯤 수사관 5~6명을 서울 중구 태평로2가에 있는 신한은행 본점 사무실로 보내 16층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과 신상훈 사장 사무실, 6층 이백순 신한은행장 사무실과 부속실 등에서 회계장부와 내부 보고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확보했다.
신 사장 측은 경영자문료 15억원과 관련, 이희건 회장의 한국 방문 시 비서실장을 통해 전달하거나 라응찬 회장을 거쳐 7억여원을 전달했고, 나머지는 라 전 회장의 동의 아래 공금으로 썼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신 사장의 경영자문료 횡령 혐의와 라 전 회장 및 이 행장의 공동사용 여부 등이 주된 의혹으로 제기된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백순 행장이 라 회장의 지시로 자문료 가운데 3억원을 비자금으로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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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별개로 라 전 회장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건넨 50억원과 관련해 시민단체로부터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이 행장은 신 사장을 고소하면서 부당대출 의혹을 공개한 것과 관련, 은행법 위반과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검찰은 지난 9월 말부터 신한사태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으나 지금까지 압수수색을 미뤄왔다. 금융권에서는 지난 주 말 이사회에서 라 전 회장이 물러나고 류시열 회장 직무대행 체제가 공식 출범하는 등 사태가 수습되자 검찰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압수수색으로 3인에 대한 소환조사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투모로그룹 및 금강산랜드 부당대출 혐의로 고소된 신 사장이 다음 주 소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이들의 기소여부 등도 조만간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앞서 검찰은 거액의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달 28일 국일호 투모로그룹 회장을 구속한 바 있다.
한편 신한은행 본점 직원들은 다소 술렁이면서도 담담히 대응하는 모습이다. 라 전 회장의 직무대행을 맡은 류시열 회장은 '불쾌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법판단에 따른 압수수색"이라며 차분히 답변했다.
한 임원은 "검찰 조사를 앞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전혀 예상 못한 것은 아니다"며 "직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