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강국' 꿈꾸는 뽀로로 아빠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10.11.0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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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LIFE]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

'애니메이션 강국' 꿈꾸는 뽀로로 아빠


미국의 철강왕 카네기는 성공의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떤 직업을 가지든 간에 그 분야에서 1인자가 되면 된다."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가능성만을 보고 척박한 애니메이션 분야에 뛰어들었고, 우리나라 유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뽀로로`를 창조해냈다. 그 결과 연 매출 100억원, 브랜드가치 3893억원이라는 부산물이 따라왔다.

◇ 욕심났던 창작욕, 뽀로로를 잉태



최 대표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91년 당시 현대그룹 계열 광고회사 금강기획에 입사했다. 그러나 생각이 바뀌었다. "광고주의 생각에 따라 창작물이 변형되는 걸 보고 최종 소비자에게 바로 다가갈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고민 끝에 애니메이션을 선택했다. "꿈은 원래 PD였는데 회사를 나왔을 때는 이미 그 분야 전문가들이 많았고 비집고 들어갈 틈도 작아보였어요.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무궁무진한 잠재성에 비해 아직 가능성만 엿보이던 시장이어서 도전해볼 만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2001년 금강기획 애니메이션팀 6명과 함께 아이코닉스를 차렸다. 처음 시도했던 캐릭터들이 잠시 관심을 얻는 것에 그치자 타킷을 구체화해 뽀로로를 기획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잠식한 국내 시장이 주로 어린이를 타깃으로 한 반면, 유아용은 척박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2003년 철저히 유아 시각에 맞춰 동글동글한 펭귄 캐릭터 뽀로로와 그 친구들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고, EBS를 통해 방영한 결과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뽀로로 캐릭터를 통해 벌어들인 지난해 매출은 100억원. 올해 12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뽀로로가 주축이 된 아이코닉스의 지난해 매출은 169억, 영업이익은 34억원이다. 20%를 넘는 영업이익률로, 애니메이션이 고부가가치 산업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이 매긴 뽀로로의 브랜드가치는 3893억원이고 뽀로로 관련 제품 시장은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국내 애니메이션 계보에서 둘리의 바톤을 이어받을 만한 초 히트작이다.

"여러 제품에서 뽀로로 캐릭터를 쓰고 라이선스 수입을 얻는 것은 뽀로로 애니메이션이 유아와 그 부모들에게 사랑받은 후 따라오는 결과물일 뿐입니다. 저희가 본질인 애니메이션 창작에 더 집중하려는 이유도 뽀로로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것이지요."


그는 현재로선 증시 상장에도 관심이 없다고 했다. "상장을 해서 자금을 모으고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긍정적 기능에도 불구, 상장 이후에는 사업을 시작했던 본연의 순수한 의도를 잊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많이 봤습니다."

◇ "애니메이션, 문화로도 봐주세요"



아이코닉스가 최근 심혈을 기울이는 또 하나의 캐릭터는 '꼬마버스 타요'다. 아름다운 한강과 남산을 배경으로, 서울의 대표적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를 비롯해 지하철, 택시, 수상택시 등의 특징을 살려 캐릭터화하고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서울의 대중교통에 대한 친밀감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했다.

몇 년 전 대대적으로 개편한 서울시내 교통 시스템을 홍보하려는 느낌이 강하다는 질문에 대해 최 대표는 영국 인기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를 떠올려보라고 반문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토마스와 친구들'은 영국의 소도어 섬이 배경인데 내용에는 전혀 영국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없지만 이제는 영국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꼬마버스 타요'도 서울을 디자인 시티로 부각시키고자 하는 서울시가 지분 일부를 투자했지만 철저하게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국내의 척박한 환경에 대해서도 관심과 배려를 부탁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이 애니메이션을 철저히 산업적 관점에서만 보고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경향이 강하지만 유럽과 동남아시아 시장은 애니메이션을 아이들의 '문화'로 이해하는 부분이 강하다"고 밝혔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괜찮은 애니메이션이 많이 나오는 이유도 이런 인식 차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수년 동안 큰 인기를 끌었던 '토마스와 친구들'과 '텔레토비'는 모두 유럽에서 건너온 작품이다.



최 대표는 "애니메이션을 단순히 시간 때우기 용으로 편성하는 공중파 방송의 편성 전략도 애니메이션 발전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며 "미래의 주인공인 유아와 어린이들이 많이 볼 수 있는 시간에 편성해 주는 배려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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