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둘러싼 3人3色 동상이몽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10.10.3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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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지피는 안상수·이재오, 반대하는 손학규, 침묵하는 박근혜

개헌이 하반기 여야(與野) 그리고 여여(與與) 갈등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음 달 11-12일 개최되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이후로 논의를 미뤄놓기는 했지만, 여야 지도부와 대권 주자들은 개헌에 대한 첨예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 임기와 권한, 중임허용 등의 내용이 담겨있는 개헌이기 때문에 정치권 입장에서는 어느 문제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다.

개헌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는 대표적 인물은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이다. 이 장관은 지난 29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개헌 논의의 장을 만드는 게 내 임무"라며 "(개헌이) 불가능하더라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도 31일 "G20 정상회의 이후 개헌을 공론화해 논의해볼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이 장관과 여당 지도부인 안 대표가 나서서 개헌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유는 현행 권력 구조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또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의원들이 많은 만큼 더 늦기 전에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도 이들이 개헌 배경으로 꼽는 근거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대선의 판을 뒤흔들기 위해 개헌을 그 소재로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강하다. 정치 지형을 흔들어 이른바 친이(친 이명박)계에 불리한 구도를 뒤집겠다는 노림수라는 주장이다. 차기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켜 대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은 개헌 논의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31일 "개헌은 정치인을 위한 정치놀음"이라며 "개헌 논의를 하자는 사람은 개헌 그 자체가 아니라 정치적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생각 아니냐"고 비판했다. 당초 개헌 논의에 긍정적이던 박지원 원내대표마저 더 이상 개헌 논의에 가담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이 개헌에 대한 논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개헌 문제가 부상할 경우 이 외에 다른 모든 이슈가 사라진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경우 야당이 힘을 싣고 있는 4대강 사업 반대, 현 정권 실정에 대한 비판 등은 묻히고 여당이 제시한 개헌 의제만 남게 된다.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는 개헌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모습이다.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은 개헌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이미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지금 굳이 개헌 논의에 뛰어들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마당에 정치 지형을 일거에 바꿀 수 있는 개헌 논의에 동참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과 여당 일부의 부정적 의견에도 불구하고 여권 핵심부가 개헌논의 확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오는 3일 G20 정상회의 개최 준비상황을 설명하는 내·외신 기자회견 자리에서 남북관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함께 개헌문제에 관한 입장도 밝히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당 관계자는 "찬반 입장과 무관하게 개헌이 정치권 이슈로 떠오르는 것 자체를 막기는 힘들 것"이라며 "야당과 친박계 의도와 달리 개헌에 대한 찬반에 따라 정치권이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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