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에도 반토막?" 증시상승 우울한 펀드투자자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2010.11.01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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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CA운용 ELF 53% 손실 상환...원금 까먹고 만기앞둔 주가연계상품 잇따라

#지난 2007년 10월 주가연계펀드(ELF)에 5000만원을 투자한 김규생(37)씨는 최근 주가지수만 보면 속이 쓰리다. 금융위기로 주저앉은 증시가 빠르게 회복, 어느덧 1900선까지 올라섰지만 자신이 투자한 펀드는 여전히 반토막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김씨는 "조만간 펀드 만기인데 주가(기초자산)가 회복되지 못해 원금의 절반도 건지지 못할 형편"이라며 "단기간 고수익이 가능하다는 판매직원의 말만 믿고 투자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토로했다.



증시가 1900선을 돌파하고 2000선 재탈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원금의 절반도 회복하지 못하고 투자자들의 애를 태우는 상품들이 있다. 기초자산 가격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ELF(주가연계펀드), ELS(주가연계증권) 등 주가연계상품들이 바로 그것. 2007년말 설정된 이들 상품 중 상당수는 원금을 까먹은 채 속속 만기를 앞두고 있다.

◆3년 기다렸는데 손에 쥔 건 반토막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NH-CA자산운용의 'NH-CA 2Stock Stepdown 파생상품투자신탁 2호'는 지난 29일 53.5% 손실을 본 채 만기 상환됐다. 1억원을 투자했다면 4650만원만 손에 쥔 것이다.



2007년 10월 설정된 이 상품은 삼성중공업 (9,610원 ▼210 -2.14%)SK (207,000원 ▼12,000 -5.5%)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만기 3년의 ELF로 부산은행 (0원 %)에서만 280억원 가량을 판매했다.

이 상품은 6개월마다 기초자산의 주가수준에 따라 연 7%의 수익을 지급하고 조기상환되는 스텝다운형 상품이었다. 조기상환되지 못할 경우 만기평가일의 기초자산중 하락률이 큰 것을 기준으로 수익률이 결정된다.

문제는 펀드 설정 이듬해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발생했다. 삼성중공업과 SK의 주가가 곤도박질 치면서 5번의 조기상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만기까지 오게 된 것. 결국 기초자산중 SK의 주가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은 원금의 절반도 건지지 못하게 됐다.
"1900에도 반토막?" 증시상승 우울한 펀드투자자


11월 15일 만기를 앞둔 하이자산운용의 'CJ New Two-Star 48 파생상품투자신탁1호' 투자자들도 속만 태우고 있다. 만기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기초자산의 주가 회복이 더디면서 손실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지난 2007년 11월 설정된 이 상품의 기초자산은 삼성전자 (68,900원 ▼100 -0.14%)삼성증권 (46,650원 ▲50 +0.11%)으로 만기평가일까지 삼성증권의 주가가 7만4000원대까지 오르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은 최소 25% 이상 손실을 보게 된다.

◆원금손실 가능성 높은 ELS도 수두룩
ELF와 수익구조가 같은 ELS 투자자들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07년 하반기 발행된 ELS 규모는 무려 12조2359억원에 달한다. 당시 발행된 ELS 대부분은 기초자산의 주가가 장중 한번이라도 50%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 가능성이 높은 조기상환형 상품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2007년 하반기 ELS의 기초자산으로 가장 많이 쓰인 상위 10개 종목은 삼성전자, 한국전력 (21,900원 ▼400 -1.79%), POSCO (330,000원 ▼12,500 -3.65%), 신한지주 (57,100원 ▲900 +1.60%), 삼성중공업 (9,610원 ▼210 -2.14%), LG (84,600원 ▼1,200 -1.40%), 현대중공업 (170,500원 ▲2,500 +1.49%), 현대모비스 (214,000원 ▲2,500 +1.18%), KB금융 (83,300원 ▼1,300 -1.54%), 우리금융 (11,900원 0.0%) 등이다.

이중 삼성전자, LG, 현대모비스 세 종목을 제외하고는 금융위기 때 주가가 직전 고점대비 50% 이하로 떨어졌고, 최근까지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즉 당시 발행된 3년 만기 ELS의 경우 손실 위험에 처한 상품들이 많다는 얘기다.

실례로 대신증권 (16,670원 ▼160 -0.95%)이 지난 2007년 10월 판매했던 고수익 ELS는 최근 23%가 넘는 손실을 기록한 채 만기 상환됐다. 만기 3년의 이 ELS는 현대모비스와 신한지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조기상환형 상품이었지만 '신한사태'로 신한지주의 주가가 기준가를 회복하지 못하면서 손실을 보게 됐다.



◆증시 오르자 ELS·ELF 또 봇물··투자 주의보
올 들어 증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증권 및 자산운용사들은 또 다시 경쟁적으로 ELS, ELF 등 주가연계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 올 들어 지난 29일까지 출시된 ELF 등 파생상품펀드는 2295개로 전년동기(1427개) 대비 60.8% 증가했다. 증권사의 ELS도 지난 3분기에만 전년동기대비 61.4% 증가한 6조3461억원어치가 발행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증시가 크게 오른 만큼 주가연계상품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관계자는 "ELS, ELF는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 상품"이라며 "최근 주가연계상품들이 대거 출시되고 있는데 고수익보다는 증시상황과 상품구조를 면밀히 따지고 투자해야한다"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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