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태광 우리홈쇼핑 인수관련 로비의혹 수사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2010.10.2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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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호 前티브로드 대표 소환 정관계 로비 여부 추궁

태광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참여정부 시절 태광그룹이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 인수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정·관계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태광그룹이 롯데그룹과 옛 우리홈쇼핑 인수 경쟁을 벌이던 지난 2006년 당시 그룹 측이 정·관계 핵심 인사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인수전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허영호 전 티브로드 대표를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우리홈쇼핑 인수와 관련해 정·관계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또 허 전 대표를 상대로 지난 2006년 태광관광개발이 군인공제회, 화인파트너스와 옵션 계약을 체결, 케이블TV 업체인 큐릭스 지분 30%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이면계약을 맺었는지도 조사했다.



허 전 대표는 우리홈쇼핑 인수 실패의 책임을 지고 6년 만에 티브로드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호진(48) 태광그룹 회장의 고교·대학 동창인 진헌진 전 티브로드 사장 후임으로 티브로드의 경영을 맡아 우리홈쇼핑 인수 작업을 추진한 인물이다.

그는 태광산업에서 20년을 넘게 근무한 '태광맨'으로 티브로드의 기초가 된 안양방송 사업권을 획득할 당시부터 그룹의 '빅3'로 통하는 오용일 태광산업 부회장과 함께 그룹의 케이블TV 사업 확장을 주도적으로 이끈 핵심 인사다.

허 전 대표는 지난 2007∼2008년 티브로드 대표를 지낸 뒤 시스템통합(SI) 업체인 태광시스템즈와 태광CC 등을 운영하는 태광관광개발 등 그룹 주요 계열사 경영을 맡아오다 우리홈쇼핑 이사로 옮긴 바 있다.


검찰은 태광그룹 측이 당시 인수전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던 롯데그룹이 우리홈쇼핑 최대주주 승인을 받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정·관계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우리홈쇼핑에 관심을 가졌던 태광그룹은 당시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우리홈쇼핑 지분 45%를 확보했었으나 사돈 관계인 롯데그룹이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인수에 실패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태광그룹 입장에서는 큐릭스 인수보다 우리홈쇼핑이 몇 배나 더 중요한 이슈였다"며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묻혀버린 데다 사돈에게 뒤통수를 맞은 꼴이었기 때문에 오너 일가의 충격이 매우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태광그룹은 지난해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와 청와대 관계자 등을 상대로 광범위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 22일 진 전 대표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진 전 대표는 케이블TV 사업 확장을 위한 로비를 담당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지난해 태광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큐릭스 인수 로비 의혹과 관련한 수사기록을 최근 넘겨받아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태광그룹의 방송사업 확장에 관여한 그룹 핵심 임원들을 추가로 불러 정·관계를 상대로 한 로비가 있었는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티브로드 팀장으로 근무하다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사건으로 회사를 그만 둔 문모(38)씨는 "회사 지시로 (성접대 등)로비를 했는데 억울하게 퇴직했다"며 로비 정황이 담긴 자료와 함께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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