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섹 지분매각, '하나+우리' M&A에 악재?

머니투데이 오상헌 김성휘 권화순 기자 2010.10.2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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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섹, 합병반대 의사표시 해석도...김승유 "M&A와 무관, 영향없어"

하나금융지주 (64,300원 ▲1,200 +1.90%) 최대주주인 싱가폴 국부펀드 테마섹이 보유 지분(9.63%) 전량 매각에 나서면서 하나금융이 원하는 우리금융지주와의 합병 시나리오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테마섹의 지분 매각 결정은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각에선 우리금융과의 합병에 반대한다는 의사 표시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테마섹은 20일 국내 증시 마감 후 외국계 증권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 주관사로 삼아 하나금융 보유 주식 2038만주(9.63%) 매각에 나섰다. 매각 가격은 이날 하나금융 종가 3만5550원에서 최대 3.5%의 할인율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은 테마섹의 지분 처분이 보유 중인 금융주 비중을 줄이고 에너지기업 등을 매입하는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테마섹이 최대주주이긴 하지만 경영에 간여하지 않는 재무적투자자(FI)였다는 점에서 단순한 투자자금 회수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올초부터 테마섹이 지분을 매각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단기적으로 주가에 미칠 영향은 있겠지만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병건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도 "테마섹이 2~3년전 부터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중국은행 등은 이미 팔았지만 하나지주는 금융위기 때 주가가 폭락해서 계속 들고 있었던 것"이라며 "단기 악재이긴 하지만 큰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그러나 이르면 이달 말로 예정된 우리금융 매각 공고를 앞둔 시점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테마섹의 지분 처분이 하나금융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 합병을 추진 중인 하나금융에 테마섹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재무적투자자(FI)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통해 정부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56.97%)의 일부를 매입한 후 주식 맞교환을 통해 합병하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금융 합병에 소요되는 자금을 최소화하기 위한 매입 방식이지만 시장에선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에선 이런 맥락에서 테마섹이 합병 후 하나금융의 가치가 되레 떨어질 것을 우려해 지분 매각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인수합병을 하려면 자금 마련을 위해 최대주주의 증자가 필요할 수 있는데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했다는 것은 명백히 합병을 반대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이 물밑에서 진행 중인 FI 구성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인수 자금 조달 측면에서 FI를 모집하는 데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 역시 "하나금융이 우리금융과 합병하더라도 시너지 효과에 대한 확실한 담보가 없고 정부의 입김을 얼마 동안 받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며 "테마섹이 지분을 처분하면서 이런 점도 감안하지 않았겠느냐"라고 해석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그러나 "우리가 인수.합병(M&A)을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도 없지만 이번 테마섹의 지분 매각이 (우리금융지주) 합병 등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다"며 "최대주주가 변경되더라도 그룹의 전략 등은 달라질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테마섹은 지난 2004년 이후 하나금융(옛 하나은행)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해 왔다. 테마섹의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2대주주인 골드만삭스(8.66%)가 최대주주로 올라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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