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남양유업 (511,000원 ▼6,000 -1.16%)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2년만의 상한가였다. 18일에도 한때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급등세를 이어갔다. 이후 조정을 받았지만 이틀간의 급등은 기관투자자들의 탐방을 받지 않고 공시도 정기보고서 외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감춰진 주식을 시장의 화제주로 끌어 냈다. 2년여 잠자던 남양유업을 깨운 것은 한 증권사의 4장 짜리 리포트였다. 이트레이드증권은 2분기말 기준 유동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금액이 시가총액과 비슷할 정도로 절대 저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이제는 가치주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2년여의 시장이 '성장'에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한 시장이었다면 이제는 '가치'에 주목하는 방향으로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치주가 대부분 중소형주라는 점에서 최근 중소형주의 강세는 이같은 변화의 시작이라는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중소형주, 코스닥의 상대 강세는 반짝 흐름이 아니라 내년 장세를 미리 보여주는 전조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년은 외국인이 주도한 장세였지만 앞으로 국내 자금들이 증시로 이동하면서 기관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유동성 팽창 효과로 중소형주들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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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스마트머니들은 가치주로의 이동을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임원은 "지난 7일 세방의 20만주를 받아간 투자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큰 손 투자자였다"며 "이미 거액 개인 자금들은 가치주에 주목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문사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이른바 '7공주'를 비롯한 성장주들이 신고가를 경신하는 동안 가치주들은 신저가 행진을 벌였다"며 "이는 역설적이게 가치주 강세가 나타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줬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가치주들이 움직이지는 않겠지만 업황과 실적이 뒷받침되는 가치주들은 단기간에 그동안의 저평가를 해소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최근 가치주와 중소형주의 강세를 그동안 벌어졌던 갭 메우기 과정 정도로 해석하면서 추세를 형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성장주들은 기술적으로 피로도가 높아져 쉬어야 할 타이밍이고 이 기간 오랫동안 방치됐던 가치주들이 갭을 메우는 과정으로 해석한다"며 "어떤 장세에서도 한두번은 가치주가 제 가격을 찾는 과정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추세적인 현상으로 보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