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출어람의 시작?…"코스닥에 주목하라"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10.10.1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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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주목받는 코스닥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넘어서면서 증시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2000선 도달도 시기의 문제일 뿐 가시권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소외되고 있는 업종들도 있다. IT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대표적인 IT株들은 아직 연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IT가 소외된 업종이라면 코스닥은 소외된 시장이다. 코스닥지수도 아직 지난해 연말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13%(이하 14일 종가 기준) 상승한 반면 코스닥지수는 1.7% 하락한 상태다.



증권시장의 온기가 코스닥까지 퍼져 코스피만큼만 상승했다면 코스닥도 지금쯤 600선이 가시권에 들어와 있어야 했다. 하지만 한국시장이 올 들어 세계에서 가장 강한 시장 중 하나로 평가받지만 코스닥시장에는 아직 딴 나라 얘기일 뿐이다.

◆작년 우등생 코스닥, 올해는 지진아?

코스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계적인 우등생이었다. 2009년 한때 상승률 70%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반등을 보인 시장 중 하나로 주목을 받았다. 연간으로도 약 55% 상승하며 코스피지수 상승률(49.6%)을 웃돌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마이너스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코스닥, 뭐가 문제일까. 2010년 코스닥의 지지부진은 크게 두가지로 설명된다. 즉 수급과 이익변동성이 모두 코스닥 쪽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우선 수급적으로 볼 때 외국인 주도의 시장이 형성되면서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코스피시장의 대형주, 대표주 중심으로 상승장이 펼쳐졌다.

이익변동성 측면에서는 연초부터 불어 닥친 유럽발 재정 위기, 그 이후 아직도 완전히 가시지 않은 더블딥 우려 등으로 인해 안전자산이 주목받으면서 주식보다는 채권, 장기물보다는 단기물이 선호됐고 주식 중에서는 코스닥보다는 안전성이 높은 코스피가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코스닥이 꿈뜰거리기 시작했다. 코스닥은 지난 13일 종가 기준으로 500선을 다시 회복했다. 종가 기준으로 500선 회복은 지난 7월15일 이후 딱 3개월 만이다.

코스피와 비교한 상승률도 양호하다. 증시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9월 이후 상승률은 코스피와 코스닥이 형님, 동생 사이좋게 각각 9.0%, 8.6%다. 10월 이후 상승률은 코스피가 1.4%인데 비해 코스닥은 2.4%로 청출어람이다.

◆청출어람의 시작인가

증권가에서는 '최소한 당분간' 코스닥의 상대적 강세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당분간 중소형주로 가자"고 주장했다. 더블딥 등 세계 경제의 위기를 우려하던 상황이 많이 안정됐고 기업들의 기대이익 변동성이 작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이 여전히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넘치는 유동성으로 인해 중소형주로까지 매수세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른바 물이 넘쳐 인근의 메마른 땅까지 적시는 '스필오버(spill over)' 효과다.

이 팀장은 "애널리스트들의 이익성장률 추정치는 그동안 대형주가 높았지만 최근 들어 중소형주가 치고 올라오고 있다"며 "최근 코스피시장에서 대형주 대비 중소형주가 아웃퍼폼(수익률이 더 높음)하고 있고 이는 조만간 코스닥으로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유진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3분기 대비 4분기 이익증가율의 측면에서 시가총액 상위 101위에서 500위로 구성된 중소형주의 예상영업이익증가율은 3분기가 전분기 대비 +2%, 4분기가 +8%로 전망된다. 반면 시가총액 상위 100위로 구성된 대형주의 예상영업이익증가율은 3분기가 +7%, 4분기가 -12% 예상된다. 이익증가율에서 볼 때 3분기까지는 대형주가, 4분기부터는 중소형주가 우위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이는 주가 움직임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9월 이후 코스피시장의 대형주 상승률은 9.5%, 중형주는 14.1%, 소형주는 10.6%를 각각 기록하며 중형주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10월 이후만 놓고 보면 대형주는 1.9%, 중형주 3.4%, 소형주 3.9%로 소형주가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형주→중형주→소형주로 옮겨가고 있고 이 현상이 코스닥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코스닥 강세, "내년에도 이어진다"

코스닥으로의 스필오버 효과는 이제부터 시작이고 이는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전망 컨센서스가 존재하는 코스닥 기업 83사를 대상으로 계산한 2011년 영업이익증가율은 40.0%로 이는 11.1%로 전망되는 코스피시장보다 높다"며 "2011년에 관심이 높아질 수 있는 대상 중의 하나가 코스닥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0년에는 코스피 기업과 코스닥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모두 14%대로 유사한 수준이었지만 2011년에는 코스피 기업의 ROE가 전년도와 유사한 수준인데 반해 코스닥 기업의 ROE는 17%대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스닥 기업의 ROE가 코스피시장보다 더 높았던 2009년에 코스닥지수의 코스피지수 대비 상대강도가 상승했던 경험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이러한 펀더멘탈의 개선이 주가에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게다가 상생을 강조하는 최근 정부의 정책 방향도 코스닥시장에는 긍정적이다. 정부는 친서민정책의 일환으로 경기회복의 열매가 대기업에게만 집중되고 있다고 대기업들을 질타했고 이후 대기업들은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외치고 있고 다른 대기업 총수들도 협력사를 찾아가 상생경영을 몸소 실천(?) 중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옛말처럼 사상 최대 규모의 이익을 올리고 있는 대기업들이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중소기업들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기업 협력사들이 몰려 있는 코스닥시장에 긍정적인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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