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W 투자, LP만 좋은 일 시킨다는데..."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2010.10.1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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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W왕초보, 닥터윤에게 묻다]⑦ELW 실전투자 준비-유동성공급자(LP)

▲ 초보투자자 : 지난 회 조언해주신대로 제게 맞는 주식워런트증권(ELW)를 선정하고나니 이제는 수많은 유동성공급자(LP)들 중에 어느 LP를 골라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사실 투자정보 사이트들을 접하다 보니 일부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손실이 LP 이익으로 직결된다고 오해하더군요. 반면 시장 관계자들이나 증권사측에선 오히려 LP에 대한 투자자의 오해와 편견이 ELW 시장의 질적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우려하고요.



ELW 투자에서 LP는 분명 중요하면서도 주의해야 할 부분일텐데 어떤 LP를 선택해야 하는 걸까요?

◇ 올바른 LP 선택, 절반의 성공투자



- 닥터윤 :LP란 Liquidity Provider의 약자로 유동성공급자를 의미합니다. ELW는 주식과 달리 항상 LP가 매도, 매수 호가 양 방향으로 주문을 내줍니다.

주식에만 익숙한 투자자들은 매도 250원에 10만주, 매수 245원에 10만주를 LP가 대고 있는 것을 보고 매도에 있는 10만주가 다 팔려야 호가가 위로 올라간다고 오해를 하는데요. ELW는 주식처럼 매도 수량이 다 팔려야 가격이 올라가는 게 아닙니다. 기초자산 가격을 비롯한 입력 변수가 변하면 ELW의 가격이 움직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콜 ELW라면 250원에 팔겠다고 내놓은 LP의 10만주 수량이 팔려야 가격이 255원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거래가 전혀 없어도 삼성전자 주식 가격이 ELW호가가 변할 만큼 오르면 원래 있던 250원 주문이 취소되고 새로 255원에 팔자 가격이 제시되는 방식입니다.


이때 ELW의 매도 매수 가격은 금융공학 공식을 적용한 LP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계산됩니다. 다만 입력 변수 중 내재변동성은 LP가 결정합니다.

그렇다면 LP는 ELW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요?

LP는 지속적으로 ELW의 매도호가와 매수호가를 제시해 투자자들이 원하는 때 매매가 가능하도록 합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했지만 삼성전자 콜 ELW를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면 해당 ELW 투자자는 차익실현을 할 수 없습니다. 이 때 호가를 제시해 투자자가 ELW를 매도할 수 있게 하는 게 LP의 역할입니다.

종종 ELW중에 종목명에 있는 증권사 이름(발행사)과 실제 LP가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발행사가 발행한 ELW를 다른 증권사(LP)가 수수료를 지급하고 매수하는 경우입니다. 동시에 LP는 매수한 ELW와 동일한 구조의 장외옵션을 발행사에 매도하게 됩니다. 이 때 투자자가 매매를 하는 건 ELW를 보유한 LP입니다.

◇ LP가 투자자 수익을 뺏는다?

▲ LP의 위험 헤지 방법과 수익을 내는 구조를 알고 싶습니다.

- LP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기초자산 및 장외(OTC) 옵션으로 헤지를 해 수익을 관리합니다. LP가 헤지를 하기 위해선 ELW를 사고 파는 것과 동시에 기초자산을 사고 팝니다. 이 때 LP는 ELW를 매도함과 동시에 헤지 포지션을 취하기 때문에 투자자와 동일한 포지션을 갖습니다. 투자자가 삼성전자 콜 ELW종목을 매수하면 LP는 매도와 동시에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헤지 포지션을 만듭니다. 이 포지션은 투자자에게 매도한 ELW와 동일한 수익구조를 갖게 됩니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 주식이 오르면 삼성전자 콜 ELW를 산 투자자도 이익이지만 삼성전자 주식을 더 많이 사 놓은 LP도 이익이죠. 이때 이익이 나는 정도가 동일하도록 포지션을 맞추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게 됩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내려서 콜 ELW투자자가 손실이 나면 LP역시 동일한 크기의 손실이 나게 됩니다.

이렇게 LP와 투자자 손익이 일치한다면 LP는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까요?

최초에 판매한 ELW가격 속에 일정 마진을 포함시키는 겁니다. 그렇다면 ELW를 팔때 항상 일정 마진을 챙기기 때문에 LP는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ELW는 필통이나 책상과 같은 공업품과는 달리 원가 계산이 어렵습니다. ELW의 원가 계산은 만기까지 기초자산의 변동성 예측치에 따라 달라지는데 예측이라는게 항상 맞을 수는 없으니까요.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이 만기까지 3개월 동안 변동성이 약 40%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거기에 따른 헤지 비용 등을 고려해 ELW를 500원에 팔았다고 가정해보죠. 그런데 3개월이 지나고 보니 삼성전자의 변동성이 실제로는 50%가 됐다면 LP는 헤지 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게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LP가 손해 보지 않기 위해 항상 변동성을 높게 예측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동성을 높게 책정하면 ELW의 가격도 올라가게 됩니다. 약 30개 LP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시장에서 ELW를 비싸게 판다면 팔리지 않겠죠. 이 때문에 투자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서도 손해 보지 않을 정도의 내재변동성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게 LP 수익을 판가름하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발행사는 발행 업무 대행에 따라 LP에게 받는 일정 금액의 수수료가 수익이 됩니다.

◇재무구조 우수한 발행사, 경험 많은 LP 선택해야

▲ 발행사와 LP가 다른 경우 발행사와 LP 중 어느 것을 투자지표로 삼는 게 적합할까요? 아울러 좋은 LP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 발행사와 LP를 모두 고려하는 게 좋은데 각각 확인해야 할 점이 다릅니다. 발행사는 만기에 결제 의무를 지고 있기 때문에 재무구조가 우수한 증권사가 발행한 ELW를 거래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만기 이전에 ELW 호가를 제시하는 건 LP입니다. 좋은 LP를 선택하기 위해선 다양한 시장에서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 브랜드를 우선 고려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또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유동성 공급을 제공하는, 즉 호가수량이 많고 호가 스프레드를 촘촘하게 제시하는 LP가 일반적으로 좋은 LP로 평가됩니다. 내재변동성을 큰 폭으로 변동시키거나 별 다른 이유없이 호가 스프레드를 자주 바꾸는 LP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 한국거래소에선 'LP 평가제도'를 통해 우수한 LP와 그렇지 못한 LP에 등급을 매긴다고 들었습니다. 이 등급도 ELW 투자할 때 고려해야 하나요?

- LP 평가제도는 ELW를 매매하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겁니다. LP평가의 기준으로는 △의무호가이행도(충실성) △자발호가(적극성) △평균호가스프레드(유리성) △평균호가 수량(유동성) 등 4가지가 있으며, 이에 따라 A, B, C, F의 4등급으로 구분됩니다.

LP가 F등급을 1회 받으면 주의 조치가 주어지며 2회 연속 받으면 자격 정지 예고, 연속 3회 받으면 1년간 LP 자격이 정지됩니다.

등급은 평가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여되며, LP와의 이해관계가 없는 한국거래소에서 산출하므로 ELW 투자 시 LP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객관적인 지표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LP 100% 보유중인 ELW, 투자해도 되나

▲ ELW 투자시 LP의 보유수량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 보유수량 수치가 100%인 종목은 피하라고 권유하던데요. 그 이유가 뭔가요?

- LP 보유율이 100%인 경우 LP가 해당 종목의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LP는 매수호가를 제시할 수 없고 매도호가만 제공합니다.

하지만 보유수량 100%인 종목을 피하라는 권유는 맞지 않는 말입니다. 모든 ELW는 새로 시장에 상장된 시점에서는 보유수량이 100%이겠죠. 새로 상장된 종목 중에 거래하기 좋은 조건인 ELW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 행사가 수준이 현재 주가와 멀어서 거래가 되지 않았지만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적당한 행사가 수준이 된 ELW라면 보유수량이 100%라고 해서 거래를 기피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LP의 매수호가가 보이지 않아 매도 매수 호가 스프레드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큰 물량을 사기 보다 100주 정도를 매수한 후 LP매수 호가가 보이게 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매매를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ELW 투자, LP만 좋은 일 시킨다는데..."


◇ ELW왕초보 투자자 = 허 선(26)은 미국 뉴욕주립대(스토니 브룩) 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중으로, 5년간 주식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ELW투자에 입문했다. 국내 시장은 물론 홍콩·독일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관심이 많아 글로벌 시장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정도 투자'를 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ELW 투자, LP만 좋은 일 시킨다는데..."
◇ 닥터윤 = 윤혜경 도이치증권 워런트 마케팅 총괄 이사(34)는 국내 증시에 ELW가 처음 도입된 2006년부터 활동해 온 ELW마케터 1세대로, 국내외 증권사에서 쌓은 전문성과 경제지 기자 경험에서 나오는 정보 전달력으로 ELW 실전 노하우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는 평판이 높다.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서 금융공학을 공부했고, 저서 'ELW 완전정복', 'ELS·ELW 황금수익률 따라잡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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