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등산, 힘겹게 오를수록 '산 맛' 난다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사진=류승희 인턴기자 2010.10.1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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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LIFE]유문철 현대스위스저축은행 행장

"하하하."

현대스위스저축은행장실에 들어서자 유문철 행장의 활짝 웃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온다. 사진기자의 플래시 세례를 그대로 즐기는 분위기다. "사진 많이 찍어보셨나 봐요"라는 인사를 건네자 "역시 선수가 선수를 알아보시네요"라며 유쾌하게 응수한다.

유문철 행장은 매순간을 즐기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항상 기뻐하라'는 데살로니가전서 5장 16절 성경 말씀이 자연스레 연상될 정도다.
경영=등산, 힘겹게 오를수록 '산 맛' 난다


사실 저축은행 업계는 요즘 어렵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과 예대마진 하락 등으로 업계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저축은행 뿐 아니라 어느 업계나 경기 사이클이 있어서 어려울 때가 있지요. 또 대부분 이러한 어려움을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구요.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이겨나가면 오히려 약이 됩니다."

◇일부러 가파른 등산 코스 선호···힘들어도 '개운'=그는 이번 어려운 시기가 지나면 비온 뒤 굳은 땅처럼 은행의 체력도 좋아질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북한산 등 국내 안 가본 명산이 없을 정도로 등산을 좋아하는 유 행장이 요즘 오르는 코스를 굳이 가파른 쪽으로 택하고 있는 것도 업계의 어려움을 몸소 느끼며 희망을 찾으려는 몸짓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빨리 오르내리며 산행을 했다는 자체에 만족을 느꼈습니다. 완만한 코스로 쉽게 올라가 가파른 곳으로 후다닥 내려오는 재미였죠. 요즘은 역으로 가파른 곳으로 올라 완만한 곳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가파른 산을 오르며 힘듦을 느끼는 맛을 알게 된 거죠. 육체는 오르는 순간 고통을 느끼지만 결국 그 순간을 극복했을 때 약이 되어 체력이 보강되거든요."
경영=등산, 힘겹게 오를수록 '산 맛' 난다
유 행장에게 등산 말고 특별히 마니아급 수준으로 좋아하는 것이 있는지 묻자 그는 "없다"고 심심하게 대답한다. "일에 몰두하는 시간이 80~90%에 달합니다. 주중에는 여유가 없지요. 그러니 퇴근 후와 주말만큼은 일을 통째로 잊어버리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최대한 즐기려고 애씁니다." 취미는 윤활유로 즐기는 것이지 마니아처럼 몰입하면 다른 쪽(가족, 일 등)에 희생이 따른다는 것이 유 행장의 지론이다.

◇'다름'의 이해···직원의 마음을 사라= 유 행장은 인터뷰 내내 '다름'과 '나눔' 그리고 '즐거움'이라는 키워드를 끄집어내려고 한다.

"젊을 때는 호불호가 분명했죠. 예를 들어 생각이 바르고 정직한 사람은 중심 위치에 배치하고 반대로 진실되지 못한 사람이나 공평하지 못한 직원은 구분해서 중요한 일을 맡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인가부터 느낌이 좋다 나쁘다는 개인적인 판단기준에 따른 것일 뿐, 회사에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도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다름'을 이해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그가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부류도 어느 분야에선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용하고 기회를 주면 회사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 즉 선악은 어떤 잣대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에 양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유 행장은 강조한다.
경영=등산, 힘겹게 오를수록 '산 맛' 난다
어느 업종에서나 경영의 핵심은 사람이다. 유 행장 역시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이다. 복리후생도 마음을 사는 도구지만 CEO(행장)가 직접 직원 한명 한명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유 행장은 이 부분에서 타고났다. 마음가는대로 했을 뿐인데 그게 감성경영이 됐다.

"임직원들이 행사로 고생하고 있거나 생일 또는 출산 등 경사가 있을 때 직접 격려 및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곤 하는데 직원들이 정말 좋아하더군요.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이런 사소한 걸로 감명을 줄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나눔'과 '즐거움'의 이해···노년의 꿈은 남다른 '봉사'=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꿈에 대해 질문하자 유 행장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술술 풀어낸다.

"인생 3모작이라고 하던가요. 사실 저는 어렸을 때 꿈은 이뤘습니다. 어려서부터 기업의 CEO가 꿈이었거든요. 앞으로는 명품 CEO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그는 "김연아처럼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된 사람들로부터 즐거움과 자극을 받는다"며 "이들을 롤 모델로 최고로 인정받기 위해 하루하루를 설레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퇴직 후에는 나이 들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봉사'를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 행장은 지금도 28개 복지시설과 자매결연을 맺고 전 임직원들과 함께 적어도 한달에 1번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퇴직 후에는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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