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스위스저축은행장실에 들어서자 유문철 행장의 활짝 웃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온다. 사진기자의 플래시 세례를 그대로 즐기는 분위기다. "사진 많이 찍어보셨나 봐요"라는 인사를 건네자 "역시 선수가 선수를 알아보시네요"라며 유쾌하게 응수한다.
유문철 행장은 매순간을 즐기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항상 기뻐하라'는 데살로니가전서 5장 16절 성경 말씀이 자연스레 연상될 정도다.
◇일부러 가파른 등산 코스 선호···힘들어도 '개운'=그는 이번 어려운 시기가 지나면 비온 뒤 굳은 땅처럼 은행의 체력도 좋아질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북한산 등 국내 안 가본 명산이 없을 정도로 등산을 좋아하는 유 행장이 요즘 오르는 코스를 굳이 가파른 쪽으로 택하고 있는 것도 업계의 어려움을 몸소 느끼며 희망을 찾으려는 몸짓으로 보인다.
◇'다름'의 이해···직원의 마음을 사라= 유 행장은 인터뷰 내내 '다름'과 '나눔' 그리고 '즐거움'이라는 키워드를 끄집어내려고 한다.
"젊을 때는 호불호가 분명했죠. 예를 들어 생각이 바르고 정직한 사람은 중심 위치에 배치하고 반대로 진실되지 못한 사람이나 공평하지 못한 직원은 구분해서 중요한 일을 맡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인가부터 느낌이 좋다 나쁘다는 개인적인 판단기준에 따른 것일 뿐, 회사에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도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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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이해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그가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부류도 어느 분야에선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용하고 기회를 주면 회사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 즉 선악은 어떤 잣대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에 양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유 행장은 강조한다.
"임직원들이 행사로 고생하고 있거나 생일 또는 출산 등 경사가 있을 때 직접 격려 및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곤 하는데 직원들이 정말 좋아하더군요.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이런 사소한 걸로 감명을 줄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나눔'과 '즐거움'의 이해···노년의 꿈은 남다른 '봉사'=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꿈에 대해 질문하자 유 행장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술술 풀어낸다.
"인생 3모작이라고 하던가요. 사실 저는 어렸을 때 꿈은 이뤘습니다. 어려서부터 기업의 CEO가 꿈이었거든요. 앞으로는 명품 CEO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그는 "김연아처럼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된 사람들로부터 즐거움과 자극을 받는다"며 "이들을 롤 모델로 최고로 인정받기 위해 하루하루를 설레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퇴직 후에는 나이 들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봉사'를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 행장은 지금도 28개 복지시설과 자매결연을 맺고 전 임직원들과 함께 적어도 한달에 1번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퇴직 후에는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