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나는 고층 화재에 안전한 아파트 고르기

머니투데이 이건희 재테크 칼럼리스트 2010.10.1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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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의 행복투자

지난 10월1일 오전 11시34분께 부산의 해운대구 마린시티내 38층 건물인 '우신골든스위트아파트'에서 일어난 화재에서 인명 피해는 없어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그러나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해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고는 적지 않다.

2010년 8월16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모 아파트 9층에서 불이 나서 베란다를 통해 탈출하려던 이모(59)씨가 추락해 숨진 사고, 전남 순천의 한 아파트에서는 4월13일 저녁에 불이 나서 15살 박모양 등 집 안에 있던 쌍둥이자매 2명이 서로 부둥켜 안은 채 숨진 안타까운 화재사고, 대전시 유성구 송강동에서 3대가 사는 아파트에 4월6일 새벽에 화재가 발생해 어머니와 아들이 숨지고, 할아버지와 손자 등 3명이 중상을 입는 등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고도 여러 차례 있었다.



▶소방방재청의 '2009년 화재발생현황 분석' 자료에 의하면 2009년에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화재건수는 47.318건에 달하고 인명피해는 2441명이었으며 화재로 인한 재산피해는 2518.5억원이었다. 화재가 발생한 장소는 비주거시설 34.8%, 주거시설 24.9%, 차량 12.6%, 임야 8.8%, 철도·선박·항공기등 0.3%, 위험물·가스제조소 0.1%의 순서이다. 반면에 인명피해 발생은 주거 44.2%, 비주거 36.7%, 차량8.9%, 임야 4.3%, 위험물·가스제조소 0.6%의 순서다.

2009년에 판매시설과 공장·창고·음식점 등 비주거용 건물에서는 1만6482건의 화재가 발생하여 99명이 사망하였고, 아파트를 비롯한 주거용 건물에서는 1만1767건의 화재가 발생하여 226명이 사망하였다. 화재로 인한 총 사망자 409명 중 주거지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사람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부상자 총 2032명 중 주거지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한 부상자는 854명이다.



이와 같이 주거용 건물에서의 화재는 다른 곳에서보다 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오고 사망에 이르는 확률도 높다. 주거용 건물에서 생긴 불에서 사망할 확률이 비주거용 건물과 비교할 때 3배 이상 더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주거지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개인과 가정을 위하여 일반인이 가장 신경써야할 부분이다.

▶특히 근래 들어 고층 아파트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고층아파트일수록 안전 측면에서 불리할 우려가 있어서 화재사고에 대한 대비도 더욱 중요하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행정감사 자료(김영로 서울시의원, 2009년 11월)에 의하면 서울 전체 고층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사고에서 15층 이상 건물의 화재발생률은 74.1%이고, 이로 인한 화재사고 사망률이 66.7%에 이른다. 이에 반하여 15층 미만일 경우에는 인명사상 발생률이 23.8%에 불과하였다.

2007~2009년 9월의 기간에 서울지역 고층 건물의 총 화재 발생 건수는 1590건, 인명 피해는 168명이었다. 2007년 발생한 화재사고에서는 부상과 사망을 포함한 총 인명피해 112명 중에서 15층 이상 건물에 있던 사람이 90명이었다. 2008년에는 총 36명의 인명피해 중 26명이, 2009년 1월~9월까지는 20명의 인명피해 중 12명이 15층 이상에서 사고를 당했다. 이와 같은 자료가 공개되면서 “15층 이상 고층 빌딩과 아파트는 화재사고의 사각지대인 셈”이라고 언급되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태원 의원이 소방방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2008년 10월10일)에 의하면 전국에 500세대 이상 아파트 가운데 소방차 진입이 어렵다고 예상되는 아파트가 3732개동에 이른다. 이중 진입이 전혀 불가능한 아파트는 88개단지 862개동, 단지 입구에서 진입에 5분 이상 걸려서 진입이 지체되는 곳은 318개단지 2870개동으로 조사되었다. 고가사다리차를 펼칠 수 없는 아파트도 5395개동으로 나타나서 고층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에 대해 소방방재청에서는 "아파트단지에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것은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아파트 시공과 불법 주차차량 증가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는 아파트가 주거의 대상을 넘어서서 투자 또는 투기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풍토에서, 가격에 쉽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건물의 외관, 높은 층에서의 조망권, 단지 내 조경 등에는 크게 신경을 쓰는 반면, 당장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서 안전과 같이 삶에 기본적으로 중요한 부분들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결과일 수도 있다.

▶아파트에서 발생한 불을 피하지 못한 주민이 추락사하는 사례들이 나타나듯이 실내 대피공간의 부재는 치명적인 인명 피해를 야기시키는 원인이 된다. 일부 주상복합아파트처럼 대피공간으로 마련된 약 1.5㎡가량의 공간으로 나가는 문이 화재 대비한 방화문이 아닌 일반 섀시문으로 되어 있으면 화재 시 불이 번질 위험이 있다. 대피공간에는 물건을 쌓아두어서는 안 되는 것임에도 많은 가정에서는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하는 장소로 사용하고 있는 문제점도 있다.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화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보도를 통하여 살펴보겠다.

▲서울 압구정동의 아파트 화재 현장입니다. 36살 이모씨가 베란다에 나와 다급하게 구조를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씨는 베란다까지 덮친 불길을 피해 11층 높이에서 몸을 던져 결국 숨졌습니다. 이미 에어매트를 실은 소방차가 현장에 있었지만 나무가 빼곡하게 심어져 있어 에어매트를 펼 수가 없었습니다. 소방사다리는 화단 폭이 20미터가 넘다 보니 화재현장에 접근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사고 아파트 주민: 소방차가 10대가 넘게 와가지고 11층에 있는 사람을 못 구하는데 여기 50층 올리면 윗사람들 만약 무슨 일 있으면 다 죽으라는거야.] 주상복합건물은 문제가 더욱 심각합니다. 에너지 효율을 위해 창문이 부분 개폐만 되고 심지어 베란다도 없어 사람을 유독가스와 함께 가둬두는 구조입니다. (SBS, 2009-03-12)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 복지리 K아파트 7층 조모(36)씨의 집이 불길로 휩싸였다. 현관 옆 작은방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은 순식간에 거실과 주방 등을 태웠고, 안방에 모여있던 조씨 일가족 4명은 베란다로 피신했다. 지역 주민에 따르면 오전 4시부터 갑자기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으며 베란다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가족들이 차례로 뛰어내렸다. 맨 처음 조씨가 뛰어내렸고, 이어 부인 이모(30)씨가 생후 2개월 된 딸을 이불로 겹겹이 싸서 던졌다. 곧 이씨와 조씨의 어머니 한모(55)씨도 나란히 투신했다. 한씨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한국일보, 2006-10-30)

▶타워팰리스 바로 옆 동네에서 불이 나 한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습니다. 대치동 S아파트는 타워펠리스와 비교가 되지 않는 오래된 아파트이지만 평당 5천만원이 넘는 국내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가운데 하나입니다. 화재가 난 곳은 이 지점 7층에서 불이 났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화재에는 매우 취약합니다. 바로 주차난 때문입니다. 화재 직후 강남소방서 등에서 출동했지만 길이 11미터가 넘는 물탱크차와 고가사다리차는 바로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불이 난 곳 위층에 살던 모자가 화염을 피해 대피했다가 복도 창문으로 뛰어내려 숨졌습니다. 주변 고가 아파트들도 대부분 비슷한 주차난을 겪고 있고 그에 따른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YTN, 2006-12-13)

▶경기도 안산의 한 고층아파트에서 불이 나 3명이 숨졌습니다.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오자 주민들이 옥상으로 피하려 했지만 옥상 문이 잠겨 있었습니다. 아파트 베란다 밖으로 검은 연기와 함께 화염이 뿜어져 나옵니다. 소방차가 물을 쏘아 올려보지만 시커먼 연기는 오히려 더 거세게 피어오릅니다. 이 불로 집주인 48살 윤 모 씨가 질식해 숨졌고, 윤 씨의 29살 딸과 집안에 함께 있던 43살 김 모 씨가, 불길을 피해 베란다로 피했다가 30여 미터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불이 난 아파트는 20층 건물로, 12층에서 불이 나 위층으로 불길이 번지기 직전 잡혔습니다. 주민들은 그러나 불길과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30분 동안, 비상벨도 안내방송도 울리지 않았고, 유독 가스를 피해 올라간 옥상도 문이 잠겨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MBC, 2008-01-25 )

주거에서 사람의 생명과 안전에 영향을 주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여긴다면, 여러 보도 자료를 참고로 할 때에 어떠한 자세가 필요한지를 살펴보겠다.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이는 생활 습관으로 살기 : 2009년 발화요인별 화재발생현황은 부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48.1%(2만2763건)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전기적요인 22.8%(1만786건), 기계적요인 7.7%(3651건), 방화와 방화의심 7.1%(3361건), 교통사고 1.31%(622건), 화학적요인 0.6%(285건), 가스누출 0.45%(212건) 순서였다. 인명피해 발생현황에서는 부주의로 인한 인명피해가 34.6%로서 가장 높았고, 방화와 방화의심(14.4%), 전기적요인(13.9%), 가스누출(6.1%), 기계적요인(3.6%), 교통사고(3.4%), 화학적요인(2.7%) 순서로 나타났다.

즉 부주의에서 발생한 화재와 인명피해가 가장 많다. 2007~2009년 3년 동안 광주시에서 발생한 주택 화재 가운데 38.2%가 가스레인지 취급 부주의에 의한 것이었고, 대전시에서는 40.6%에 달했다. 주택에서 일어나는 화재에서는 음식물조리중 부주의가 가장 주된 요인이므로, 주방에서 가스를 다룰 때에 늘 조심하는 등 안전수칙을 지켜야한다.

▶고층아파트 선택 시 꼼꼼히 살펴보기 : 아파트 구입 시 안전 문제를 꼼꼼히 비교하며 선택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고층아파트라면 조망권에만 주로 신경을 쓰면서 선택하는 경향도 있다. 높은 층으로 올라갈수록 조망권이 좋지만, 건강이나 안전 등 다른 측면에서는 불리한 부분들도 있으므로 여러 가지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적절한 선택을 할 필요성도 있다. 작은 화재가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하여 고층일수록 안전에 대해서는 시설과 관리가 어떠한지 더욱 면밀하게 살펴보면서 선택해야한다.

▶스프링클러가 잘 갖추어진 건물에서 살기 : 예전에는 소방관계법상 스프링클러가 16층 이상에만 설치 의무화 되어있었기 때문에 전국의 10~16층 아파트의 경우 스프링클러를 갖춘 곳은 거의 없었다. 법이 바뀌면서 2007 7월1일 이후 짓는 11층 이상 아파트에서만 전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되어있다. 지금까지의 발생한 아파트 화재에서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었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경우들이 있었다. 초고층이면 고가 사다리차를 이용해 외부에서 화재 진압하기가 특히 더 어렵기 때문에 화재 경보기와 스프링클러 같은 자체 방재시설이 잘 되어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대단지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넉넉한 곳에 살기 : 앞의 보도 기사 중 강남구 대치동 S아파트는 값이 비싸지만 지은지는 꽤 되어서 지하주차장이 없고, 단지 안의 주차로 인하여 화재 진압이 늦어졌다. 주차된 차와 차들 사이 공간의 폭이 좁아서 회전 반경이 작기 때문에 긴 차는 진입이 더욱 어려웠다고 한다. 물론 지하주차장이 없더라도 옥외 공간이 충분히 넓으면 되겠지만 세대당 소유한 평균 차의 대수가 늘어나면서 옥외만으로 넉넉할 정도의 주차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발코니 확장으로 대피공간이 빈약해지는 것 피하기 : 발코니 확장이 확산된 결과 좁아진 대피공간으로 인하여 아파트의 위험도는 증가하였다.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된 뒤로 정부에서는 발코니 확장으로 인해 없어진 대피공간을 2㎡ 이상 확보하도록 했지만, 비상계단을 하나 더 만들거나 세대별로 옆집으로 통하는 경량 경계벽 내지 피난구를 설치할 경우 대피공간 확보 의무는 면제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규정 자체가 문제 있다고 보면서 세대별 대피공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아파트 발코니는 화재 시 적어도 20여분 이상 버텨줄 수 있는 최후의 대피처가 될 수 있다. 압구정동 아파트 화재사고로 사람이 목숨을 잃은 경우에도 거실과 베란다를 구분하는 이중창을 없앤 베란다 확장이 생존시간 확보에 가장 큰 방해가 되었다고 한다.

▶조경이 소방차 접근을 어렵게 하는지 확인하기 : 근래에 아파트단지를 아름답게 꾸미는 데 신경을 많이 쓰면서 아파트 옆에 대형 나무들을 심고 화단도 공원형으로 조성해 놓는 단지들이 있다. 그런데 아파트 옆에 심은 나무로 인해 사다리를 건물에 가깝게 댈 수 없고 건물과 소방차량의 간격이 멀어지면서 각도도 줄어들게 돼 사다리가 고층까지 닿기 힘들어진다. 건물 5∼6층 높이에 이르는 대형 수목이 아파트에 가깝게 심어져 있으면 소방사다리차의 접근을 막을뿐더러 공원형으로 꾸민 화단이 사다리를 펼치기 위해 필요한 공간을 제한하므로 이러한 관점에서도 아파트 단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옥상으로 가는 문을 확인하기 : 경기도 안산의 한 고층아파트에서 불이 나 명이 숨진 사례에서처럼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와서 옥상으로 피하려 하는데 옥상 문이 잠겨 있을 때 어려움을 겪게 된다.

▶소화기를 주방에 비치해두기 : 집안에 소화기를 개인적으로 비치해두어서 유사 시 활용할 수 있게 해둔다. 집 안 아무데나 두어도 되지만 불을 취급하는 주방에 두는 것이 이왕이면 가장 낫다. 소화기에 붙어 있는 유효기간이 지난 뒤에는 제대로 작동 안 하는 경우들이 있으므로 유효기간을 미리 확인해두고, 기간이 지나면 바꾸어 주어야 한다. 예전에 어떤 곳에서 불이 났는데 자체 소화기를 가져와서 끄려고 하니까 작동이 안 되어서 불길이 더 번져서 재산상 피해가 늘어난 경우를 필자가 직접 본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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