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채권자 살해해도 강도죄는 적용 못해"

머니투데이 김성현 기자 2010.10.06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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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갚지 않기 위해 채권자를 숨지게 했더라도 강도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강도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A(41)씨와 B(48)씨에게 강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고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 등이 공모해 피해자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했다는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강도살인 혐의 중 강도 부분에 대해 "재산상 이익 취득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재산상 이익이 범인이나 제3자 앞으로 이전된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경우 채무의 존재가 명백할 뿐 아니라 피해자의 상속인이 존재하고 상속인에게 채권의 존재를 확인할 방법이 확보돼 있었다"며 "채무를 면하기 위해 채권자를 살해했다 하더라도 이는 일시적으로 채권자 측의 채무변제 요구를 면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산상 이익이 범인 앞으로 이전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들의 강도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08년 5월 피해자 C씨로부터 16억6400여만원을 빌린 뒤 이를 갚지 않기 위해 B씨와 함께 C씨를 둔기로 내리쳐 숨지게 하고 시체를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이에 대해 1심은 공소사실 중 강도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살인혐의와 사체유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 이들에게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후 2심은 A씨에게는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B씨에 대해서는 "범행 가담 정도가 A씨보다 낮고 교화 개선의 의지가 없지 않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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