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시프트 제도에 시민들 '눈물'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10.09.29 11:08
글자크기

생계형 상가 보유자도 배제…살다가 월급 오르면 할증료

#두 아이와 노부모를 부양하고 있는 최봉환씨(57)는 전용면적 114㎡ 장기전세주택(시프트)에 청약하기 위해 2008년 보유한 아파트를 팔았다. 시프트에 당첨되면 주변 전셋값의 80%로 최대 20년 간 살 수 있어 두 아이가 클 때까지 집 걱정없이 살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전셋집으로 이사하고 남은 대출금은 2억원 중반의 상가에 투자했다. 하지만 최씨는 이번부터 적용되는 부동산 보유기준에 걸려 시프트에 신청조차할 수 없게 됐다. 그는 "시프트만 바라보고 자금계획을 세웠는데 물거품이 됐다"며 "어쩔 수 없이 전세금을 올려주고 살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2년동안 전용 85㎡ 시프트 입성을 준비한 김지섭씨(39)도 시프트 청약을 포기했다. 전용 59㎡ 이하에만 적용되던 소득기준이 전 주택형으로 확대됐기 때문. 두 아이를 키우는 김씨 부부의 월 평균 소득은 700만원.

이제부터는 4인 기준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의 150%인 635만원을 넘으면 시프트 전세금에 할증료를 내야 한다. 김씨는 "당첨돼도 매년 대출이자에 할증료까지 감당해야해 일반 전셋집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오는 30일 공급되는 시프트부터 입주자격에 소득, 자산기준이 적용되자 청약수요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시프트를 준비하면서 내집마련을 미뤘던 시민들은 최근 전세난까지 겹치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바뀐 시프트 제도에 시민들 '눈물'


바뀌는 제도를 살펴보면 60㎡(이하 전용면적) 이상 시프트에도 60㎡ 이하와 마찬가지로 소득제한이 적용된다. 고소득, 고자산 보유자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지만 맞벌이 부부 등 중산층 시민의 타격이 크다.

기준은 60~85㎡ 이하 주택은 도시근로자 월 평균 소득의 150% 이하, 85㎡ 초과 주택은 180% 이하다. 지난해 4인 가족 기준으로 따지면 60~85㎡는 월 소득이 635만원, 85㎡ 초과는 761만원을 넘지 말아야 한다. 60㎡ 초과 주택은 2억1550만원이 넘는 부동산을 소유해서도 안된다.


이 기준은 최초 입주 당시뿐 아니라 시프트에 거주하는 동안 적용된다. 재계약시 소득기준의 50% 범위 내 초과시 재계약 금액의 5~20%를 더 내야한다. 초과율이 50%를 넘어서면 임대차기간 종료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퇴거당한다. 입주하기도 어렵지만 시프트를 유지하기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월 소득 700만원인 김씨 가족의 경우 전세금 1억3000만원의 시프트에 당첨되면 다음 번 재계약시 전세인상분 5%에 소득초과분 10%를 더해 약 1400만원을 더 내야한다. 만약 김씨 부부의 월 소득이 125만원 이상 늘어나면 재계약시 최대 3400만원을 올려줘야 시프트에 살 수 있다.

까다로워진 시프트 입주와 거주요건에 수요자들의 불만은 적지 않다. 수요자들은 우선 소득제한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 수요자는 "시프트에 살려면 부동산도 사지 말고 연봉도 높여선 안되고 맞벌이 부부는 한 쪽이 그만둬야 한다"며 "월 소득을 초과하는 가정도 매년 재계약시 1000만원 이상 더 내야하면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할증료를 내더라도 초기 전세금이 주변시세보다 싸기 때문에 불리한 조건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집을 소유에서 거주의 개념으로 전환하고 주거안정을 도모하는 장기전세의 기본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다양한 전세수요 충족이 어렵고 입주자의 주거안정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과 저소득층의 임대주택으로 전락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주해도 소득기준을 충족하면서 최장 20년간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자산기준도 부동산만 적용하고 예금이나 주식 등 금융자산은 제외된 것도 논란거리다. 생계형 상가를 소유한 사람은 부동산 자산기준에 막혀 입주가 불가한 반면 연봉 책정이 불분명한 고소득 자영업자나 사업자들은 규제를 피할 수 있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정연구개발원의 한 연구원은 "장기전세가 부자들이 사는 집이라는 의혹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소득제한을 만들다보니 당초 도입취지가 퇴색됐다"며 "청약가점제에 소득부문을 반영하는 등 시간을 두고 제도를 손질해야하는데 애초부터 소득제한을 둬 편법을 양산하고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