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에 점령당한 日골프업계

머니투데이 도쿄(일본)=조철희 기자 2010.08.2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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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128개·골드만삭스 136개·한국기업 30개 인수

거품붕괴 이후 줄도산한 일본 골프장업계는 외국자본이 '싹쓸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물이 나오는 족족 외국계 기업들이 싼값에 사들였으며 골드만삭스와 론스타는 헐값 인수 후 제3자 매각과 상장을 통해 많은 차익을 가져갔다.

현재 일본에서 운영되는 2400여개 골프장 중 약 700개가 도산하거나 경영권이 교체됐으며 이중 약 300개 골프장은 외국계 자본에 넘어갔다.



일본 골프장시장의 몰락 이후 새로운 지형을 선점한 것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론스타와 골드만삭스다. 론스타는 2001년 골프장 관리운영 회사인 퍼시픽골프매니지먼트(PGM)를 설립해 지난해말 현재 128개의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2003년 70개, 2004년 22개 등 대대적인 인수작업을 벌였으며 골프장 상장을 통해 3억달러 넘는 상장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2003년 아코디아골프(AG)를 설립해 올해 3월까지 136개 골프장을 인수했다. AG는 2006년 11월 도쿄증시에 상장됐으며 골드만삭스 산하 부동산 투자회사 사우스윈드가 지분 45%를 갖고 있다.



이들 업체는 상장차익 외에도 업계 상위의 영업이익률을 올리며 일본 골프장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주인자리를 내준 일본 토종기업들은 이들이 서구적 운영 방식으로 고객들과 교감하지 않고 이익만을 추구한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거품붕괴 이후 약 30개 골프장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기업들은 현지업계의 환경을 크게 바꿔놓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야자키현 내 골프장들은 한국기업들의 '저요금화' 방식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운영수익을 내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치열한 가격경쟁은 이들에게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현지의 한 골프장 지배인은 "한국기업들의 가격파괴가 큰 영향을 미쳐 머리가 아플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기업들이 운영하는 골프장은 대체로 한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일본업체들이 겪는 골프인구 감소에 따른 수요부족문제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PGM과 AG 등 외국계 업체들과 토종업체들도 한국인 관광객 유치에 목을 매는 상황이다.

한국기업 중 과거 가장 두드러지게 인수에 나선 곳은 야마하 골프카트 수입업체로 유명한 한국산업양행이다. 이 업체는 2005년과 2006년 활발한 인수작업을 벌여 지난해까지 5개 골프장을 인수했다. 또 레저전문기업 대하리조트와 선산컨트리클럽을 운영하는 동광그룹이 각각 3개를 인수했고 청광건설과 반도건설이 각각 2개를 인수해 운영 중이다.

대기업 중에서는 한화그룹이 2004년 계열사인 한화국토개발을 통해 규슈지역의 나가사키공항을 인수해 오션팰리스GC라는 이름으로 개장한 뒤 현재 한화리조트가 운영하고 있다.

일본 현지의 한 투자운용사 관계자는 "도쿄에 진출한 한 한국기업의 현지법인이 모기업의 보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18홀 골프장을 3억엔에 산 뒤 연간 5000만엔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자기 돈을 들이지 않고 값싼 골프장을 사서 10% 넘는 수익률을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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