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한국 완성차' 뉴SM5 프랑스 역수입 '논란'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0.08.1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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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생산 장려 정부 방침과 상충" 노동계, 모터쇼 맞춰 대규모 시위

르노 '한국 완성차' 뉴SM5 프랑스 역수입 '논란'


유럽 중대형차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프랑스 르노가 한국산 자동차로 승부를 걸 태세다. 르노삼성에서 생산하는 뉴SM5(현지 이름 래티튜드)를 프랑스 등 자신들의 '텃밭'에 판매, 떨어진 점유율과 명성을 동시에 회복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와 자동차노조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래티튜드가 프랑스 시장에 순조롭게 안착할지 주목된다.



1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르노삼성 뉴SM5를 수출용으로 개선한 래티튜드(Latitude)가 프랑스에 다음주 출시된다. 래티튜드는 오는 10월 파리에서 열리는 모터쇼에도 선보일 예정이다.

래티튜드는 르노의 고급 승용차 모델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에서 100% 조립되는 차다. 뉴SM5를 기본으로 디자인과 옵션을 일부 변경했다. 운전자 좌석에는 마사지 기능이 추가됐다.



◆역수입, 르노 승부수= 르노는 폭스바겐이나 제너럴모터스(GM)의 중형 승용차에 밀려 2003년 이후 유럽 중형차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JD 파워에 따르면 르노의 유럽 중형차시장 점유율은 2003년 7.5%에서 지난해 절반 이하인 3.4%로 떨어졌다.

래티튜드의 모체는 르노의 유명 해치백 자동차인 라구나(Laguna)다. 하지만 지난 2007년 하반기에 선보인 3세대 라구나는 2008년 상반기 19만대 판매 목표의 절반에 그치면서 부진했다. 같은 기간 GM은 오펠의 '인시니아' 폭스바겐은 '아우디 A4'로 르노의 옛 고객들을 흡수했다.

르노의 경쟁력이 떨어지자 주가는 올 들어 8.5%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의 유럽자동차기업인덱스(EAMI) 구성종목 10곳 가운데 최악의 성적이다.


한국에 올 초 출시된 뉴SM5는 르노삼성의 상반기 판매 신장에 일등공신이다. 르노삼성의 올 상반기 국내 판매고는 8만7693대로 르노 전세계 판매량 6.5%에 해당한다. 르노는 뉴SM5가 프랑스에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영국 샌포드 번스타인의 맥스 와버튼 애널리스트는 "르노가 SM5를 프랑스에 선보이는 것은 뭔가 해보겠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정부·노조 반대 극복해야= 유럽에선 한국산 르노 자동차가 프랑스로 역수출되는 데 대해 프랑스 자동차시장이나 노동계,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르노 지분 15%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이사회에 2명을 확보, 올해 프랑스산 부품을 더 많이 사용하도록 회사에 요구했고 '클리오'를 터키 공장에서 생산하려는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의 계획도 무산시켰다.

완성차를 한국에서 역수입하는 것은 프랑스 정부가 국내생산과 국산부품 사용을 장려하는 것과 배치될 수 있다. 사르코지 정부의 크리스티앙 에스트로시 산업장관은 "래티튜드 수입이 제한선을 지키는지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정부가 르노의 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하는 만큼 래티튜드 수입 결정을 몰랐다거나 완전히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르노의 프랑스 노조는 이 점에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 노조동맹(CGT)의 파비앙 가셰 르노 지부장은 "르노의 주요 주주로서 정부의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면이 있다"며 "프랑스 생산모델의 판매를 저해할 수 있는 (한국산) 수입 조치를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CGT는 르노뿐 아니라 푸조 등 프랑스 업체들이 해외생산을 늘리는 데 항의, 10월8일 파리 모터쇼에 맞춰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타 로 르노 대변인은 "래티튜드의 엔진은 프랑스산"이라고 강조하고 " 르노삼성 부산 공장 생산량의 5%만 서유럽 시장에 수출되기 때문에 프랑스의 생산을 위축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래티튜드의 프랑스 판매가는 공개되지 않았다. 경쟁모델인 A4는 최저 2만6530유로, 인시니아는 2만2200유로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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