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얘기를 꺼낸 것은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이 우리나라 현 상황을 떠올리게 해서다. 불과 최근 몇 달 사이 우리는 그동안 꿈꿨던 개발계획들이 무너지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국제금융업무지구, 최첨단산업단지, 친환경 수변도시로 지어져야 할 미래의 도시가 여기저기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
한강변 초고층 개발과 재개발·뉴타운사업도 마찬가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 25일 경기 성남시 주택재개발사업 중 3곳을 중단한다고 선언했고 안양 구도심 재개발사업을 포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수도권 최대 알짜상권으로 꼽혔던 판교 알파돔시티 등 대형 PF사업이 좌초위기에 몰렸다는 얘기는 이제 충격적인 소식도 아니다.
우리는 그동안 허황된 개발만능주의에 '인셉션'(주입)된 듯 하다. 개발하기에 급급해 화려한 청사진 꾸미기에 치중했다. 요트장, 커넬웨이, 테마형 레저스포츠문화단지, 초대형 복합쇼핑몰 등 이름만으로도 거창하다.
피해는 장밋빛 꿈을 설계했던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꿈인지 현실인지도 모르고 몽상에 젖어 기대감에 부풀었던 주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꿈을 꾸는 동안은 진짜 같지만 꿈에서 깨면 진짜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이제 꿈에서 깰 때다.
↑영화 '인셉션'의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