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과 인터넷자유 사이..블랙베리 분쟁

머니투데이 뉴욕=강호병특파원 , 엄성원기자 2010.08.0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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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과 인터넷자유 사이..블랙베리 분쟁


중동 이슬람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폰 블랙베리 메시징 서비스 제한 움직임이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블랙베리 제조사 캐나다 리서치인모션과 캐나다 당국이 정면으로 반발한 가운데 미국도 거들고 나섰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보안 결함이 관련돼 있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논의하고 분석해야겠지만 보안상의 우려뿐 아니라 사용자들의 자유도 존중돼야 한다"고 이슬람국의 블랙베리 사용제한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통신당국은 국가보안을 이유로 오는 6일부터 블랙베리 서비스 중단을 명령했으며 UAE는 블랙베리가 메신저 서비스와 이메일, 웹 브라우징 서비스를 오는 10월11일부터 중단할 계획이다. 이 밖에 이집트, 쿠웨이트, 인도 등도 서비스 제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일 블랙베리 서비스를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던 인도네시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중단 계획을 전면 부인했다.



이처럼 스마트폰 중에서도 하필 블랙베리가 이슬람국들의 미움을 받고 있는데는 블랙베리의 뛰어난 보안 우수성이 화근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간 블랙베리가 경쟁력으로 자랑해온 강점이 역설적이게도 불행의 씨앗이 되고 있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블랙베리를 통해 이메일이나 메시지를 교환 할 경우 이동통신사 서버를 거치지 않고 캐나다에 있는 통신센터로 전송된후 암호화돼 상대편에 전송된다. 외국입장에서는 범죄수사 등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RIM의 전폭적인 협조가 없이는 자국민 교신내용을 원천적으로 들여다 볼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테러리스트 위협이 상존하는 이슬람국이나 중국 등 국가통제가 강한 나라에서는 블랙베리의 사용이 껄끄러울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테러리스트나 자금세탁 등 범죄자 또는 사회소요를 꾀하는 반정부분자들이 블랙베리로 메시지나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음모를 꾸밀 경우 전혀 대응할 수 없다는 속내다.


그간 RIM은 이메일 기능의 편리함과 보안 우수성을 앞세워 블랙베리를 비즈니스맨 필수품으로 만들어왔다. 안드로이드 폰과 애플 아이폰에 최근 밀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2분기 스마트폰 시장의 28%를 차지했다. 탁월한 보안성 때문에 미국정부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리서치인모션은 이슬람국의 사용 제한 조치나 기타 서버이전, 암호해독기 제공 등 요구에 굴복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 요구를 수용할 경우 그간 구축해온 블랙베리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블랙베리 제조사 리서치인모션 창업자이자 CEO인 마이크 라자리디스.↑블랙베리 제조사 리서치인모션 창업자이자 CEO인 마이크 라자리디스.
RIM의 설립자이자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크 라자리디스(사진)는 최근 인터뷰에서 "블랙베리가 정치적 이유로 외국 당국에 의해 부당하게 낙인찍혔다"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그는 이어 "인터넷에서 모든 것이 암호화돼 거래되고 있다" 며 "이는 블랙베리 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터넷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같은 인터넷 이슈를 수용할 수 없다면 아예 폐쇄해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일 성명을 통해 리서치인모션은 암호화된 데이터를 넘겨준 적도 없고 넘겨줄수도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리서치인모션 본사가 있는 캐나다의 피터 반 론 상무장관도 최근 인터뷰를 통해 비슷한 문제제기를 했다.

리서치인모션은 다각도로 협상, 중동국에게 인터넷의 현실과 블랙베리의 상호작용 등을 설득한다는 계획이지만 당장 쉽게 풀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미국 주재 UAE 대사 유세프 알 오타이비는 이날 성명을 통해 RIM에게 다른 국가와 같은 수준의 정보 접근 권리만을 요구했을 뿐이라면서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실망스울 뿐"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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