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민, 相生경영 열기와 상하이 세계박람회

머니투데이 홍찬선 부국장 겸 금융부장 2010.08.0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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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칼럼]잠자던 사자는 포효하고 있는데, 우리는 애써 포효를 외면?

친서민, 相生경영 열기와 상하이 세계박람회


어느 마을에 젖소를 열심히 키우고 논밭도 정성껏 가꿔 잘 사는 농부가 있었다. 그 옆집에 사는 사람들도 잘 살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했다. 기도 효험이 있었던지, 신(神)이 나타나 소원을 말해보라고 했다. 농부들은 각자 자기의 소원을 얘기했다.

“저에게도 논밭 조금과 젖소를 주세요. 열심히 키우고 가꾸겠습니다.”
“옆 집에서 생산한 우유와 곡식을 저에게 나눠주십시오.”
“옆 집의 젖소와 논밭을 뺏어 저에게 주십시오.”




어떤 소원을 한 사람이 잘 살고 어떤 소원을 한 사람이 마을을 망하게 했을까?
각각의 경우, 이 마을 사람들은 그 뒤 어떻게 됐을까. 2010년 8월은 이상폭염과 함께 친서민이란 화두로 뜨겁다. “재벌이 사채 수준의 높은 금리를 받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하루에도 몇 건씩 상생경영과 친서민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위원장은 연일 햇살론 현장을 점검하고, 은행들도 미소금융과 희망홀씨대출에 이어 은행판 햇살론을 내놓겠다고 한다. 공정위원장은 중소기업에 찾아가 하청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해소하겠다고 하고, 국세청은 친서민에 역행하는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으름장이다.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도 ‘상생 3.0 방안’을 내놓겠다고 한다. 신한금융지주는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5000명의 청년에게 매월 30만원씩 3년 동안 1080만원, 모두 5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까지 나섰다.



모두가 박수치며 환영해야 할 좋은 방안들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과 함께 웃으며 잘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에 토를 달 수 없다. 특히 품질을 획기적으로 올리고 생산성을 개선시킨 하청기업들이 원청기업들의 지나친 원가하락 압력에 신음하면서도 ‘사업을 팽개칠 각오가 아니면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현실’에서 친서민 정책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6.2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여당이 7.28 재보선에서 승리한 것도 친서민의 덕분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몇 가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매사를 비판적으로 보는 기자의 직업병 때문일까. 그렇게 많은 상생경영 방안을 내놓아도 수익기반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것과, 그렇다면 지금까지 상생경영을 하지 않은 것은 재벌과 은행들이 문제였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며, 대통령의 말에 장관과 CEO가 효과적 실행방안도 고민하지 않고 듣기 좋은 친서민정책을 양산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친서민 상생경영에 의구심을 갖는 이유
수십 년 동안 계속될 구체적 실천방안 없이 경쟁적으로 제시되는 구호(Shibboleth, 묘하게도 발음이 고약하다)성 정책은 정말 상생이 절실한 중소기업과 서민들을 좌절시키고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사실(史實)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알고 있다. 서민들을 잘 살게 하겠다고 부자들에게 불편한 정책을 많이 내놓았던 고 노무현 대통령의 실패를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거의 해마다 중소기업 및 서민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중기 서민들은 여전히 살기 어렵다. 왜 그럴까?


비행기로 2시간도 안 걸리는 상하이는 요즘 매우 뜨겁다. 중국관을 반드시 보겠다는 상하이 세계박람회 관람열기가 체감온도 40℃가 넘는 폭염을 더욱 달구고 있다. 7000만명 이상이 이 열기를 함께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2년 전 베이징올림픽과 이번 상하이박람회를 자국민에게 중국의 발전을 과시하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세계박람회가 아니라 중국박람회’라는 비아냥에도 아랑곳없이 전국방방곡곡에서 중국관을 보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친서민 정책에 중국이 갖는 의미는?
요즘 중국에는 ‘상하이 시민들이 드디어 줄을 서기 시작했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유난히 줄서기 싫어하는 상하이 시민들마저 습관을 바꿀 정도로 상하이박람회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G2로 부상한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고 G1이 될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나폴레옹은 중국을 가리켜 “잠자는 사자를 깨우지 말라”고 했다. 사자는 이미 잠을 깨서 사냥에 나서 포효하고 있다. 상하이박람회는 친서민과 함께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자의 포효에 대응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도록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애써 그 포효를 듣지 않으려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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