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적 소비 vs 과시적 자선

머니투데이 홍찬선 금융부장 2010.06.0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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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칼럼]경제난국, 민간 창의력에서 활로 찾아라

과시적 소비 vs 과시적 자선


6월이다. 기온이 30℃를 넘어서니 몸과 마음이 늘어진다. 쨍쨍 내리쬐는 햇볕에 나가기도 전에 맥이 풀린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춥다는 말을 달고 살았는데, 벌써 이렇게 더우니 올 삼복더위를 어떻게 보낼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6월 벽두부터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날씨 때문만은 아니다. 매일 꼭두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발버둥치는데도 살림살이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주위에서도 재미있다는 사람보다 어렵다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 더 어렵게 한다.



1분기 GDP성장률이 8.1%(전년동기대비)로 02년 4분기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았고, 4월 실업률이 3.8%로 전월보다 0.3%포인트 떨어졌다지만 체감경기와는 많이 동떨어져 있다. 자녀의 사교육비와 매월 꼬박꼬박 내야하는 아파트 원리금 등, 비용은 그대로인데 소득은 줄어든다. 살림살이가 나아져야 힘도 나고 사는 재미가 있을텐데 영 그렇지 못하다. 고통지수(실업률+물가상승률)와 불쾌지수(온도+습도)가 함께 오르며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한다.

가장(家長)은 가족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도록 하는 게 어렵고, 기업 CEO는 임직원들의 월급을 올리면서 이익을 내야 하는 게 버겁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구민을 잘 살게 만들고, 대통령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만만치 않다.



지난주에 여당 참패, 야당 승리로 끝난 지방선거는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데 대한 심판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군주는 배이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어엎기도 한다(水能載舟 亦能覆舟)”는 순자(荀子)의 말처럼, 경제가 어려워지면 다른 일을 아무리 잘해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줬다.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It's economy, stupid!)”인 것이다.

국민의 살림살이를 나아지게 할 묘책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 힘들게 한다. 정부는 금리를 내리고 재정을 풀어 미국발 위기를 극복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국가 중 가장 성장회복이 빨라 모범생이라는 칭찬도 듣고 있다. 하지만 유럽발 위기가 터지면서 정책대응이 어려워지고 있다. 유럽 위기가 재정위기여서 적극적 재정확대정책을 펴기가 어렵다. 한국은 재정이 상대적으로 건전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부채가 과다해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전통적인 정부 정책이 한계에 부딪친 지금 민간의 창의력에서 대안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머니투데이가 연중기획으로 연재중인 ‘우리 동네 일자리 만들기’도 그런 대안 중의 하나다. ‘공신’ ‘행복한 시루봉’ ‘밝음 의원’‘화진테크화진텍시’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좋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사회적 기업들이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가진 사회혁신가(Change-maker)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변화에 동감하는 부자들이 자발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서 성공비즈니스로 이끈다.

부자들이 사업자금을 내는 이 모델은 정부의 재정부담, 즉 국민의 추가적인 세 부담도 없고, 통화를 더 풀어 물가를 자극하는 부작용도 없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다. 은행이나 부동산에 묶여 있던 부자의 돈이 생산적 경제활동에 투입되면서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과시적 소비’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인정받으려고 하는 부자들이, 경제도 살리고 존경도 받을 수 있는‘과시적 자선’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면 가능한 일이다.

“한국에는 뜨거운 열정과 혁신적 아이디어 및 실행력을 갖춘 젊은이들이 많이 있다. 그런 젊은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파트너십과 네트워크 및 협업 시스템을 만들어 주라. 믿지 못할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빌 드레이튼 아쇼카재단 이사장)

무더위와 어려운 경제로 맥 풀리는 6월, 한국경제에 시원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대안을 찾아보자. 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케인즈식 경제정책에서 벗어나 마음과 사고를 열면 민간의 활력을 활용해 현재의 경제난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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