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갔다 와서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손씻기, 옷 벗어서 제 자리에 걸기, 학원 갈 준비하기 등을 매일 얘기를 해줘도 듣지를 않는다는 것이 엄마의 불만이었다. 정우의 얘기를 들어보니 “내가 다 알고 있는 거고, 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얘기를 하니까 하기가 더 싫어진다”고 했다. 기분 좋게 하교하고 집에 왔다가도 엄마가 ‘씻고 옷 제자리에 걸어두라’는 얘기만 하면 짜증이 난다는 것이다.
상담을 해 나가면서 정우도 엄마도 이 문제에 대해서 같이 터놓고 대화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서로 짜증만 냈지 상대방의 관점에서 문제를 생각해 보고 이해하려고 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엄마와 정우는 둘 다 의사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이해하면서 서로 노력하기로 했다.
“손씻어”라고 지시하고, 조금 있다가 “옷은 왜 안걸어, 옷 걸어야지”라고 지시하고, 또 “학원 갈 준비는 했어?”라는 식으로 지시가 계속적으로 이루어고 있었다. 아이가 엄마의 지시를 완수를 했을 때에 엄마가 긍정적인 반응을 해 주거나 하는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아이 입장에서는 계속 혼나고 지적받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잘 한 것은 봐주지 않고, 안 한 것만 자꾸 들춰낸다”는 생각이 들어 억울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정우의 문제는 엄마가 이야기를 할 때 “또 잔소리다”라고 생각하면서 한 귀로 흘려듣게 되는 것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되니까 “조금 있다 할게”라고 하면서 늑장을 부리다가 결국 혼나게 되어 감정이 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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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정우의 의사소통 방식을 바꾸기로 하였다. 우선 정우가 하교를 하면 엄마가 반갑게 맞아준 후 해야 할 일을 '첫째 손 씻기. 둘째 옷 걸기. 셋째 학원 갈 준비하기'로 정우의 눈을 보며 명확하고 간단하게 짚어주기로 했다. 정우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면 바로 실천하기로 했다.
한 가지를 하고 잠시 쉬지 말고, 연속적으로 단시간에 다 시행하기로 했다. 엄마는 아이가 다 시행하고 나면 반드시 칭찬해 주고, 다음 시간까지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며, 다음에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미리 예고해 주기로 했다.
아이가 자라면서 어릴 적 했던 방식으로 지시하는 것이 통하지 않는 때가 온다. 그러나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자라면서 생기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존중해 주면서 의사소통 방식을 아이의 발달에 맞게 바꾸어주면 아이와 감정이 상하지 않으면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