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높이려면 아이디어 실행력 세심함 필수

머니투데이 대담=홍찬선 금융부장, 정리=오수현 기자, 사진=유동일 기자 2010.06.17 12:24
글자크기

[창간기념 대담]<상>어윤대 위원장-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브랜드論' <1>

언제부터일까. 의류 제조업체 상표를 일컫는데 주로 사용되던 브랜드(Brand)라는 단어가 사회 각 분야에서 통용되기 시작됐다.

기업들은 비용절감을 통한 이익창출만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던 '촌티'를 벗고, 기업에 차별화된 철학과 스타일을 부여하는 소위 브랜딩(Branding) 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정부도 다르지 않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2010 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정부는 국가 브랜드를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국가브랜드 전략만을 전담하는 국가브랜드위원회가 2009년 1월 대통령 직속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들어졌을 정도다.



하지만 브랜드의 진정한 의미와 브랜딩 전략의 핵심을 꿰뚫어보는 리더와 기업을 찾기란 쉽지 않은 실정. 아직도 브랜드 전략을 마케팅의 확대된 개념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머니투데이는 창립11주년 및 창간9주년을 맞아 국내 최고의 브랜드 전략가 두 사람과 함께 '혁신, 변화, 브랜드가치'를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 국가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각종 캠페인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과 기업 브랜드 마케팅의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 홍찬선 머니투데이 금융부장 겸 부국장이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에서 2시간 동안 사회를 맡았다.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좌)과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사장. 사진=유동일 기자▲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좌)과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사장. 사진=유동일 기자


국가브랜드=국격, 사랑받고 대접받는다는 뜻

▶사회=브랜드 가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상당하다. 기업 브랜드는 물론, 국가브랜드 가치가 중요한 전략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가브랜드라는 개념은 생소한 게 사실인데...

▶어윤대 위원장(이하 어 위원장)=우리나라도 명실공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그러나 선진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달라져야 할 부분이 여전히 많다. 그중 하나가 국가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일이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에서도 우리나라의 향후 중점 과제로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을 꼽았다.


▶정태영 사장(이하 정 사장)=정부에선 국가브랜드 전략을 전담하는 조직인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설치했다. 이는 브랜드에 대한 개념이 전무했던 이전과 비교했을 대 대단한 변화다. 다만 국가 브랜드의 경우 기업과 달리 통제 불가능한 돌발 변수가 많아 계획대로 브랜드를 부여하기 쉽지 않다.

▶어 위원장=전 세계 정부 조직을 통틀어 국가브랜드 관리를 전담하는 조직은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유일하다. 전례 없는 창조적 국가기관인 셈이다. 국가 브랜드는 일반적인 기업브랜드나 개인브랜드와는 차이가 크다. 위원회에선 국가브랜드를 국격(國格)이라는 보다 넓은 의미로 정의하고 있다. 즉 국가브랜드가치 제고는 국격의 상승과 같은 말이다. 아울러 국격의 상승은 우리나라가 사랑받고, 우리 국민들이 대접받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 사장=공감한다. 우리를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인식에 대한 문제만으로 국가브랜드를 접근해선 안된다. 우리 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여주는 일에 보다 무게를 둬야 한다. 일례로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공항에 가면 출·입국 심사를 할 때 내국인 줄은 긴 반면, 외국인들은 빨리빨리 통과했다. 그걸 보면서 참 속상했다. 해외 공항에선 자국민들을 우대하는데, 우리나라 공항은 되레 자국민을 홀대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국가가 자국민들을 감싸주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국가브랜드 제고로 한국 할인율 3%p 급락

▶어 위원장=국가브랜드 제고를 위한 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으로 한국의 이미지가 지난 1년 새 급격히 개선됐다. 코트라(KOTRA)에선 미국 독일 일본 등 3개 국가의 제품과 우리나라의 제품이 품질 면에서 동일할 때, 가격 차이를 추산하는 '코트라 브랜드 맵'을 발표한다. 이 조사에서 지난 1년 새 이들 국가와 우리나라의 디스카운트 격차가 3%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이전까지 평균적으로 1%포인트 내외의 감소율을 보이던 것에서 비약적으로 격차가 줄어든 것이다.

▶사회=브랜드 전략을 수립하는데 기업들이 상당한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기업 이미지나 업종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전략을 수립하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된다. 브랜드 전략의 핵심은 무엇인가.

▶정 사장=우리 기업들은 브랜드 전략을 짤 때 콘텐츠 없이 마케팅만 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브랜드 전략은 콘텐츠와 포장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나의 브랜드는 이것이다"라고 말하면 실제로 브랜드가 체화(體化)되고 브랜드대로 행동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내용 없이 마케팅만으로 브랜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데, 사람들이 그렇게 쉽게 속지 않는다.

충실한 콘텐츠를 마련하는 것과 동시에 고객들에게 아주 심플한 인지(perception)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브랜드는 파편적 지식에서 형성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대카드 고객들이 현대카드라는 기업에 대해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을까. 아일랜드를 찾는 관광객들은 실제로 아일랜드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그렇진 않을 거다. 이들에게 투영되는 현대카드와 아일랜드의 브랜드는 이들이 지닌 파편적 지식에서 비롯된 경우가 오히려 많다.

▶어 위원장=브랜드 전략이 보다 창조적일 필요도 있다.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현대카드의 '비움의 미학' 광고 프로젝트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 현대카드가 지하철 벽면 광고판 대부분을 비우고, 구석에 작은 상징 이미지와 기업CI만을 새긴 간결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비싼 광고판을 사놓고 광고를 하지 않은 셈인데, 결과적으로 WSJ의 기사라는 큰 광고효과를 얻었다. 창조적인 브랜드 전략의 좋은 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