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정상 연쇄 방중··· 천안함 '키' 中으로?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0.05.0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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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으로 '천안함 사건'을 놓고 남북이 대중국 외교전을 벌이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남북 정상이 불과 3일 차이로 잇따라 중국을 방문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면서 동북아 최대 안보 현안인 천안함 사건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간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5일 베이징에서 중국 수뇌부와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천안함 사건에 북한 연루 의혹을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이 천안함 조사가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 한 지 불과 1주일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김 위원장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천안함 사건에 대해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영선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중국에) 천안함 사태에 엄중함과 이 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을 전달했다"며 "중국 정부도 우리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김 위원장의 방북을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곤혹스러운 속내를 내보이고 있다. 중국이 천안함 사건 원인이 나오기 이전에 남북 양측의 입장을 번갈아 청취하는 모습이 연출되며 천안함 외교의 주도권이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신각수 외교부 1차관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3일과 4일 잇따라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 김 위원장 방중에 대한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

현 장관은 장 대사를 만나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가 매우 다이나믹하게 전개되고 있어 중국 정부의 책임있는 역할이 요구되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천안함 사건 원인 조사 중에 중국이 김 위원장을 초청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신 차관도 장 대사에게 중국이 한중정상회담 당시 불과 3일 후로 예정된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중국의 이같은 외교전에 불만을 표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천안함 사건이)외부 공격에 의한 침몰이라는 상황이 확실해 지고 있다"며 "천안함 사태 와중에 중국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문을 받아들이는 데 대해 실망이고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반면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시점상으로는 미묘하지만 김 위원장 방중은 3월 초부터 얘기가 있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송 의원은 "중국과 미국, 유엔 등 국제사회 모두가 객관적 조사결과를 가져오기를 희망한다"며 사건 원인에 대한 과학적 조사가 천안함 외교의 선결 과제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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