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 전격 中방문, 이 시점에 왜?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10.05.0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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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천안함 사건 침몰에 북한이 연루된 것으로 판명될 경우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일 것에 대비해 중국의 외교적·경제적 지원을 확보해 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달 말 일본 언론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을 언급했을 때 신빙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분위기였다. 김 위원장은 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핵 문제와 6자 회담 재개 등에 대한 각국의 입장을 파악한 뒤 방중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천안함 사태를 논의하는 등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지 김 위원장은 직접 중국 지도부를 만나 진화에 나서기 위해 방중 결정을 앞당겼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과 후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천안함 침몰에 대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후 주석에게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중국 측에 사전에 알리겠다"며 중국 정부에 협력을 요청했고 후 주석은 한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이고 조사하고 있는 데 대해서 평가했다.



한국과 국제조사팀의 천안함 조사 결과가 북한에 불리한 것으로 나오고,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를 수용할 경우 북한으로서는 설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을 통해 천안함 사건의 진상 조사가 나오기 전 전통적인 북·중 우의 관계를 재확인하는 한편 외교적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조사 결과에 따라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더 높아지기 전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확보하고 김정은 후계 체제를 위한 유리한 여건을 만들려는 의도도 작용했을 수 있다.


북 측으로서는 지난해 11월 단행된 화폐개혁의 부작용으로 식량 사정이 극도로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화 공급 창구였던 금강산 관광이 2년 가까이 중단된 가운데 남 측으로부터 인도적 식량 지원도 줄어드는 등 상황은 갈수록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북 측은 "믿을 것은 중국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중국의 지원을 바라는 대가로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6자회담 복귀를 약속하는 등의 성의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의 상하이 엑스포에 대한 관심이 이번 방중 결정에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 위원장은 2001년 1월 상하이를 방문했을 때 푸둥 지역의 발전상을 보고 "천지개벽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현재의 상하이를 둘러보고 나선경제무역지대 활성화 등을 위한 구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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