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비만과 의지, 그 모순된 상관관계

머니투데이 윤장봉 대한비만체형학회 공보이사 2010.05.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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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비만과 의지, 그 모순된 상관관계


최근 모 방송 연예 프로그램에서 '다이어트 킹'이라는 제목으로 고도 비만인 비만 환자들이 식이요법과 운동을 통해 100일간 체중감량에 도전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우승자는 128kg의 체중으로 인해 실직을 하게 된 버스 운전사로 100일간 체중을 50kg 줄여서 78kg의 '몸짱'이 됐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떠오르는 사람이 하나 있었습니다. 영국의 로얄 코벤트 가든 오페라단의 수석 소프라노였던 데보라 보이트였습니다. 이 여자 가수도 뛰어난 노래솜씨에도 불구하고 100kg이 넘는 체중으로 인해 오페라단에서 실직을 당하게 됩니다.



화가 난 데보라 보이트는 영국 법원에 '가수로서 노래를 잘하면 되지, 체중 문제로 해고되는 것은 차별'이라고 소송을 냈지만, '오페라 가수는 무대에서 연기를 하기 때문에 관객에게 그에 걸맞은 역할을 보여 주어야 하므로 단순히 노래만 하는 것이 아니기에 해고는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는 수모를 겪습니다.

결국 이 여자 가수는 '위 절제 수술'을 감행합니다. 흔히 '베아트리체 수술'이라고 불리는 수술로 위 일부를 자르는 방법으로 위 크기를 줄여 식사량 조절을 쉽게 해주는 '비만 수술'입니다. 데보라 보이트는 이 수술과 함께 강력한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체중을 40kg가까이 줄여 해고된 직장에 다시 복직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걸 그룹 소녀시대의 하루 식사량이 800cal라는 보도가 나오며 논란이 있었지만 한창 맛있는 것에 예민할 나이의 젊은 여성들이 그 많은 연습량을 소화하면서 그 정도의 식사량으로만 견뎌 내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입니까.

이런 사례들을 본다면, 비만을 치료해서 체중을 정상으로 만드는 것과 정상으로 만들어진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정답이 나오리라 믿습니다.

결국 '의지'의 문제로 돌아오게 되는데요, 비만의 원인은 '의지박약'의 문제가 아니지만 해결하는 데는 '의지'가 필요한 이상한 질병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이것과 비슷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공부'입니다.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학습능력이 뛰어나야 됩니다. 태어날 때 뇌 신경세포가 원활하게 잘 연결되면 될수록 공부를 잘 하게 됩니다. 이렇게 운 좋게 태어난 친구들은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절대 공부시간이 많지 않아도 공부를 잘 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떤 친구들은 이렇게 태어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운 좋게 태어난 친구들을 부러워만 하면서 스스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결코 태어난 핸디캡을 메우지 못합니다. 즉 학습능력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지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지'를 동원해야 되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비슷한 것으로 '성공'이 있네요. 부모를 잘 만나면 좀 더 좋은 출발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하지만). 그것을 부럽고 시샘한다고 해서 내가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나마 성공할 가능성을 더 나쁘게 할 뿐입니다. 부모의 운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지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지를 동원해야 되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일이 다 그렇습니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지만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지'가 필요한 것이 너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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