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도 못한 내새끼, 엄마 한번만 보고 가"

수원=뉴시스 2010.04.2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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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도 못했는데 불쌍한 내 새끼. 엄마 봐. 엄마 한번만 보고가."

28일 오전 천안함 46명 용사 가운데 끝내 시신을 찾지 못한 6명 등 11명의 화장식이 열린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하동 수원연화장.

시신마저 찾치 못해 바다에 묻어야만 하는 유가족들의 애 끓는 울음은 이날도 멈추지 않았다.
"오지도 못한 내새끼, 엄마 한번만 보고 가"


오전 10시30분께 태극기에 쌓인 아들의 관이 뜨거운 화장로로 들어가려 하자 고(故) 장진선 중사의 어머니는 아들의 영정을 부여 잡고 통곡했다.



아들 얼굴도 보지 못한 슬픔에 장 중사의 어머니는 영정을 붙잡고 한참을 놓아주지 않았다.

"엄마 보고가. 엄마 봐, 아들. 엄마 한번만 보고가. 엄마도 한번 안보고 가면 어떻게 해. 오지도 못했는데… 내 새끼, 오지도 못한 내 새끼. 엄마도 같이 가"



시신이라도 아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40여일간 눈물로 기다렸지만 이제는 지쳐 더 이상 서 있을 힘도 없어 의무장교의 부축을 받으며 화장장에 온 고 정태준 일병의 어머니.

정 일병의 어머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 대신 평소 입었던 해군 정복이 자리하고 있는 관을 두드리며 "태준아, 너무 답답하지 않니"라며 오열하다 실신했다.

"태준이 보내야지. 마지막 가는 모습 봐야지"라며 유족들이 깨우자 정 일병의 어머니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관을 쓰다듬으며 마르지 않는 눈물을 쏟았다.


이어 고 이창기 준위가 화장을 위해 도착하자 이 준위의 어머니는 "어디가 안돼. 우리 창기 안돼. 엄마 좀 보고가"라며 울부짖다 "우리 아들 한번만 만져보자"며 관을 쓰다듬었다.

고 이 준위 부인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다 이 준위가 화장로로 들어가자 결국 실신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끝내 시신을 찾지 못한 고 최한권 원사, 고 박경수 상사, 고 강태민 상병도 이날 정복과 평소 유품을 관에 넣어 화장했다.

산화 처리된 6명의 용사들에 앞서 오전 9시50분께 고 심영빈 중사가 화장장에 도착하자 심 중사의 어머니는 "불쌍해서 어떻게 보내. 못 보내"라며 목놓아 울었다.

고 심 중사의 아버지는 아들이 화장로로 들어가려 하자 뒤돌아서서 끝내 아들의 가는 모습을 보지 않은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려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심 중사의 아버지는 아들의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억장이 무너지는 가슴을 이기지 못하고 실신했지만 끝내 아들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어 고 신선준 상사와 고 손수민 중사, 고 박성균 중사, 고 이상희 하사도 화장로로 옮겨져 한줌의 재로 변했다.

오전 9시50분부터 시작된 천안함 희생 장병 11명의 화장식은 3시간 10분 뒤인 오후 1시께 모두 끝났다.



수골 과정을 거친 유해는 대전 현충원이 마련한 유골함에 담겨 해군 2함대 사령부로 다시 옮겨졌다.

산화 처리된 6명의 장병들은 천안함 승선 전에 보관해뒀던 손톱, 머리카락과 이날 화장한 재를 함께 유골함에 담아 옮겨졌다.

이들의 영결식은 29일 오전 10시 나머지 희생 장병들과 함께 해군 2함대 안보공원에서 해군장으로 치러진 후 영원한 안식처가 될 대전 현충원 합동묘역에 안장돼 영면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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