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 酒 , 樂 3박자 갖춘 '상큼한' 외식 공간

머니위크 강동완 기자 2010.05.0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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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뜨는 창업 다시 보기/갈매기살 전문점

친서민적 이미지의 복고풍 코드와 새로운 맛을 찾는 젊은 층의 ‘식탐 코드’와 맞물리면서 갈매기살 전문점이 뜨고 있다.

갈매기살 전문점은 갈매기살을 중심으로 항정살, 가브리살 등 돼지 특수 부위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돼지고기 구이 전문점. 메인 메뉴인 갈매기살은 돼지의 횡경막과 간 사이에 있는 근육질의 힘살이다. 부드럽고 쫄깃한 육질의 씹는 맛이 좋고, 지방에 없어 많이 먹어도 살찔 염려가 없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부각되면서 돼지고기 구이시장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매니아 메뉴에서 대중 메뉴로 변신한 갈매기살



갈매기살 전문점의 역사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여술마을에 도축장이 생긴 뒤 인근 주민들이 내장과 함께 버려지던 갈매기살을 껍질을 벗겨내고 구워먹은 것에서 유래했다.

1980년대까지 여술마을에는 갈매기살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업소 20여곳이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전까지는 미식가들의 ‘입소문’ 에만 맴돌던 매니아를 위한 음식이었다. 갈매기살 전문점이 유력한 외식 아이템의 하나로 떠오르게 된 것은 2008년 말 세계 금융위기로 촉발된 불황과 무관하지 않다.



갈매기살의 어원에 대해서도 정설이 없다. 횡경막의 순우리말이 '가로막'인데 이 가로막살이 여차여차해서 가로막이살→가로매기살→갈매기살로 변했다는 설도 있고, 발라낸 고기의 모양이 갈매기 날개처럼 날렵한 모양인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주 메뉴인 갈매기살은 돼지 한 마리에서 300~400g 밖에 나오지 않는 희귀한 음식이다. 쇠고기의 안심 또는 등심과 유사한 맛과 영양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돼지고기 특수부위 3총사의 다른 메뉴인 가브리살과 항정살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가브리살은 고소하고 담백한 육즙이 환상적인 맛을 선사하고, 항정살은 삼결살과 비슷한 맛으로 20~30대 젊은 고객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 시장 주도하는 4대 브랜드


프랜차이즈 갈매기살 전문점 시장에서는 갈매기조나단, 갈불놀이, 김병만의 달인 갈매기, 장비갈매기 등이 있다. 이외에 서래갈매기, 나노갈매기, 새마을식당 등 20여개 브랜드가 각축하고 있다.

▶ 갈매기조나단 = 중앙푸드시스템의 갈매기 조나단은 식사와 주류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젊은 층의 외식소비 트렌드에 맞춰 선술집형 돼지고기 특수부위 전문점을 표방하고 있다. 갈매기살, 가브리살, 항정살 등 메인메뉴와 함께 우리입맛에 익숙한 올갱이해장국, 김치찌개, 우렁된장, 된장찌개 등 사이드 메뉴를 추가해 단순하면서도 균형잡힌 메뉴구성을 한 것이 돋보인다.

▶ 갈불놀이 = 현대외식의 갈불놀이는 마리네이드(Marinade) 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각종 신선한 재료로 만든 소스에 6시간 이상 숙성시킨 부드럽고 맛있는 육류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갈불갈매기, 껍데기 등 메인 메뉴와 함께 갈매기살과 껍데기, 된장찌개를 함께 먹을 수 있는 ‘갈껍이모듬’, 갈매기살·돼지갈비·껍데기·된장찌개가 함께 나오는 ‘스페셜모듬’ 등이 준비돼 있다.

▶ 김병만의 달인갈매기 = 김병만의 달인갈매기는 KBS 개그콘서트의 '달인'으로 각광받는 인기 개그맨 김병만씨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브랜드. 달인생갈매기, 웅녀갈매기, 매운불갈매기 등 다양한 갈매기 메뉴를 준비하고 있으며, 생갈매기· 매운갈매기·마늘갈매기·수제소시지·쪽갈비·떡갈비·껍데기 등이 총출동한 ‘병만이 배터지는 모듬’이 인기 메뉴.

▶ 장비갈매기 = 주성F&B의 장비갈매기는 삼국지의 주인공 가운데 가장 서민적인 풍모를 가진 장비를 브랜드로 채용했다. 효율적인 매장운영을 위해 육류는 막제거 작업을 마친 상태로 제공하고, 소스의 경우는 진공포장해 공급하는 원팩 시스템을 갖췄다.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 컨셉을 채택하고 대나무 참숯을 사용해 웰빙 트렌드와 부합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 ‘불황’아이템 넘어 ‘국민’ 아이템 될까

갈매기살 전문점의 창업비용은 점포의 규모나 입지에 따라 영향을 받지만, 66㎡(20평)의 소형점포를 개설할 경우 점포구입비용을 제외하고 약 5000만~6000만원이 소요된다. 인테리어비, 주방설비비, 집기구입비, 가맹비 등이 자금내역이다. 월 평균 매출액은 3000만~4000만원으로 예상할 수 있는데, 여기서 재료비, 임차료, 인건비 등을 제하면 450만~600만원의 순수익이 가능하다.

갈매기살 전문점은 대중적인 음식으로 고객층이 두터운데다 젊은 층의 기호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이 장점이다. 따라서 주택가나 아파트 밀집지역, 오피스가, 대학생 등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대학가 등이 좋은 입지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외식 업종에 비해 입지의 영향이 덜한 편이지만, 표적고객층을 명확하게 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갈매기살 전문점이 불황중에 일시적으로 인기를 끌었다가 경기호전과 함께 사라지는 ‘불황 아이템’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소비자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국민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을 것인지, 현재 시점에서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갈매기살 전문점이 본격적으로 외식시장에 선보인지 얼마되지 않아 도입기에 있는 데다 ‘너무 빨리 떴다가 사라져간’ 유행 아이템의 전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싼 가격, 복고풍 등 이른바 친서민적인 요소에만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일시적인 유행 아이템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소수의 매니아를 위한 아이템를 넘어 대중적인 아이템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맛, 서비스, 분위기, 가격(QSCV) 등 외식경영의 4대요소를 균형있게 충족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객들의 인기에 편승해 ‘대박’을 치려는 한탕주의로 흐를 경우 자칫 순풍이 역풍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한국창업개발연구원 유재수 원장은 “갈매기살 전문점은 보기 드물게 식(食),주(酒),락(樂)의 3박자를 갖춘 외식공간이 됐다”며 “우리의 맛과 이야기가 있는 유쾌한 외식공간으로 고객들의 마음 속에 확고하게 자리잡게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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