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장관 침묵의 10초, 속내는?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10.04.2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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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아직 시기상조"라 말했지만

윤증현 장관 침묵의 10초, 속내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27일 금리인상과 관련한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개인적으로는 초저금리의 폐해를 우려하면서도 장관으로써는 '금리인상이 시기상조'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미묘한 상황이 포착된 것.

윤 장관은 이날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아·태지역 관세청장 회의 축하연설을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이 출구전략과 관련, 입장 변화가 있느냐고 묻자 "금리인상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정부 입장은 바뀐 것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하지만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힌 뒤 약 10초가량을 침묵으로 일관했다.

◇ 윤증현 장관 침묵의 10초, 속내는?=10초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이 함축된 듯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저금리 지속으로 또 다른 위기가 잉태될 수 있기 때문에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싶지만 재정부 장관 자격으로 민간 경제 회복을 확인할 때까지 '금리 인상은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일종의 고뇌(?)가 엿보인 것.

이 같은 점은 윤 장관의 최근 발언을 되짚어보면 분명해진다. 윤 장관은 최근 초저금리의 과잉유동성이 만들어내는 거품을 주의해야 한다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았고 이는 시장에서 정부의 출구전략에 대한 입장이 바뀌었다는 해석을 낳았다. 금리 인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뉘앙스로 읽힌 것.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윤 장관은 "최근 미국에서 만난 특파원들이 왜 위기가 왔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어 보기에 초저금리가 과잉 유동성을 낳아 자산시장 거품을 낳았고 결국 위기로 번졌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세계가 이전과 똑같이 저금리로 위기를 해결하고 있어 이로 인한 과잉 유동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위기가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 금리 인상 시기 선택을 잘해야 한다"며 "저금리가 과잉유동성을 유발하는 것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그러나 재정부 장관으로써의 책무를 다하듯 마지막에 "민간과 고용 때문에 금리인상은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장관으로써 발언이 갖는 무게감 때문에 신중을 기하기 위한 침묵을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초저금리 유지에 따른 과잉 유동성도 당연히 걱정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언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은행세 독자적 추진 입장 첫 언급=은행세 도입이 독자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언급도 눈길을 끌었다.

윤 장관은 은행세가 G20 회의에서 합의 되지 않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은행세는 나라마다 다른 형태로 존재하고 있어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면서 "우리 나름대로 (은행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관계기관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이는 G20에서 은행세 부과 공동보조에 실패할 경우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독자적으로 은행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은행의 비예금성 해외 차입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유럽 등의 국가들도 은행세 합의에 실패할 경우 독자적으로 은행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미국은 자산 500억 달러 이상 대형 은행의 비예금성 부채에 대해 0.15%의 세금(수수료)을 부과하는 방안을 오는 7월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900억 달러를 확충해 금융 부실자산 구제계획에 투입된 국민들의 세금을 회수하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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